'대한민국:미국'이란 스코어보드는 좀 어색하다. '한국:미국'이라고 하든지 '대한민국:미합중국'이라고 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2002년(이전까지는 그냥 '한국'이란 명칭이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을 계기로 대한민국이란 풀네임이 남발되고 있는 것 같다. 스포츠(그중에서도 축구나 월드컵은 더더욱)란 우월의식이나 집단주의가 용인되는 거의 유일한 영역이다.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이란 명칭이 그 외의 영역에서도 거리낌없이 쓰이고 있는 게 요즘의 세태인 셈. 대한민국이나 한국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지만, 국호에서 '대'라는 의미(서양에서는 great)가 제국주의 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긴 시간 겪었던 역사적인 설움 때문이었는지, 보다 크고 웅장한 느낌이 드는 대한민국이란 명칭이 그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되었던 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과도한 자기애는 필연적으로 자기에게 해가 되듯이 대한민국이란 명칭에 대한 무감각함은 자민족 우월주의나 쇼비즘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