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IT강국이란 말은 한심한 소리일 뿐. 그놈의 엑티브엑스좀 없애달라는 얘기가 몇 년 째인데 전혀 진전이 없다. 금융권 사이트를 들어가면 뭘 하기도 전에 덕지덕지 보안프로그램부터 설치해야 한다. 내 소중하고 깨끗한 드라이브에 악명 높은 엔프로텍트나 소프트캠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건 정말 불쾌한 일이다. 길 가다 만난 똥개가 내 바지를 핥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보안프로그램 중 하나라도 빼먹으면 사이트 이용 자체를 못하기에. 물론 다 설치한다고 사이트 이용이 원활하리란 보장은 없다. 워낙 충돌과 오류가 많은 게 이 나라의 금융결제 사이트들이니까(보안툴 업체들은 아예 홈페이지 대문에 오류 관련 안내를 제공하고 있는 지경).

보안프로그램들을 징그러워 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대부분의 툴들이 한 번 설치하고 나면 결제페이지나 은행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아도 프로세스에 상주하는 놈들이 많다. 또 잡다한 레지스트리도 구동을 무겁게 만든다. 물론 성능이 아주 짱짱한 pc로서는 봐줄 수 있는 문제일 터. 하지만 그렇지 않은 pc도 많다. 이런 보안툴 때문에 pc 성능 자체가 둔해질 수 있는 거다. 더 심각한 건 이런 보안툴들이 설치되고 삭제되고 업데이트 되고를 반복하면서 자기들끼리 서로 혹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거다. 난리가 따로 없다. 특정 프로세스가 실행되어있는 상태에서는 구동이 안 될 때도 많고 심지어는 백신프로그램에 감지되는 일도 다반사. 나중에는 이게 보안 프로그램인지 악성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정도. 심지어는 이런 툴은 한 번 설치되면 삭제를 시도해도 제대로 삭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업체에서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프로그램을 따로 제공하고 있을 정도.

드라이브라는 건 사적인 공간이다. 내가 내 돈을 들여 만들어놓은 나만의 저장장치다. 거기에 내가 원치 않은 프로그램을 설치하라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다. 나만의 공간을 쾌적하게 쓰고 싶은 것. 그건 당연한 권리 아닐까. 그럼에도 아주 당당하게 (가뜩이나 문제가 많은) 연동 프로그램 설치를 강제하는 금융권, 관공서의 태도를 보면 참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불만 많은 웹환경엔 무신경으로 일관하면서 IT 강국이란 말은 잘하는 늙은 관료들(방통위든 금융위든 금감원이든). 그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IT 강국이란 게 대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