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을 보며 동심을 키웠던 세대고, 어린 시절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네극장에서 어머니와 '쥬라기공원'을 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쥬라기월드'는 한번쯤 보고싶었다. 지금의 아이들이 보게 될 21세기형 쥬라기공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씁쓸하다고나 할까. 공룡을 보는 건지 공룡 모양을 한 에어리언을 보는 건지 그것부터 알 수 없었을 뿐더러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인도미누스 렉스와 T렉스의 다이다이는 마치 공룡판 투견장을 연상시켰다. 결국엔 싸움구경이었던 거다. 수천 년 전 콜로세움에서나 지금의 극장에서나 계속되는 싸움구경. 아무리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소중한 추억 속의 T렉스마저 투견장에 끌려나와 소모되는 건 좀 슬픈 일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