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화보의 핵심 코드는 비아냥이다. 성범죄를 미화하려는 게 아니다. '나쁜 남자'란 말의 사전적 의미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악인 전문 배우' 김병옥을 모델로 삼고,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나쁜 남자'에 대한 의미를 반어적으로 비유하고자 했다.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에서 '나쁜'이란 부분이 갖고 있는 이중적이고 모호한 의미들을 꼬집는 것이다. 특히 "진짜 나쁜 남자는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란 텍스트까지 덧붙이면서 그 비아냥의 의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서 하정우가 조폭을 연기하면(사실 어떤 범죄자를 연기해도) 사람들은 멋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김병옥이 같은 조폭을 연기할 땐 그렇지 않다. 실제 조폭들이 풍길 것 같은 무서움, 삭막함 같은 걸 느낀다. 그의 인상부터가 실제 조폭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자들은 김병옥 같은 배우들을 악역으로 쓴다. 그 배역을 미화하기보다는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맥심측이 화보 장면을 미화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하정우 같은 배우를 화보의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정말 악인 같이 악인을 연기했던 김병옥이 모델이었고 친절하게도 그의 영화 이력까지 나열하며 그가 왜 사전적 의미의 나쁜 남자에 걸맞는지까지도 설명해주었다. 이 화보에 필요한 건 멋있는 배우가 아니라 악인이 어울리는 섬뜩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단지 어떤 장면을 멋스럽게 다룬다고 해서 그것을 미화하는 건 아니다. '베테랑'의 유아인도 깔끔한 수트핏과 유려한 액션을 선보였다고 해서 개념 없는 재벌을 미화시켰던 건 아니다. 이 화보도 마찬가지다. 잡지 커버에 맞는 화보로서의 미적 퀄리티만을 갖췄을 뿐 김병옥이 연기하는 '나쁜 남자'를 미화시키려는 의도는 찾아볼 수 없다. 왜냐면 최대한 멋있지 않아야만 여성들이 싫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베테랑'에서도 유아인이 밉상이 될수록 결말이 사는 것처럼). 또 그래야만 여성들이 말하는 '나쁜 남자'의 의미에 대해 비아냥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