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림픽에서 메달 갯수로 국가 순위를 매기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얼마 전 방콕에서 있었던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는 종합 메달 순위 5위를 기록해 신문 여기저기에서 이를 자축하는 기사를 내보내곤 했었다. 협소한 국토와 4천 만 인구라는 그리 크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다니, 물론 대단한 일이고 자부할 일일만도 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승전보가 그만큼 자부할만한 것이고 대단한 일인 것일까.

엘리트 체육. 우리나라의 스포츠를 대표할 수 있는 말이다. 군부 독재 정권 시절, 국가에서는 각종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운동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이 때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의 상징으로 지어진 곳이 태릉선수촌이었고, 우리나라의 스포츠란 대부분 이 태릉선수촌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어떻게 하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키울 것인지, 우리나라의 위상을 얼만큼 높일 것인지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돌풍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했던 사실에 자극을 받고 박정희 대통령이 축구계 인사들에게 직접 북한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축구대표팀을 만들라고 명령을 했던 일화는 국가주도적인 엘리트체육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친구들과 오랜만에 축구를 하러 뒷산 인조잔디 축구장에 갔는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아줌마 축구단. 짙은 화장과 걸쭉한 수다 등 여느 아줌마와 다를바 없는 아줌마들이었지만 트레이닝 복을 입고 헤어밴드를 하고 축구화를 묶어 신고 공을 차는 영낙없는 축구팀이었다. 요즘들어 아무리 축구 열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줌마들까지 축구를 하러 나오실 줄이야. 더 놀라웠던 것은 아줌마들의 녹익은 축구 솜씨.

과거 별볼일 없었던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려했던 것이었다면 이제 엘리트체육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낡은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체육이다. 아줌마들이 푸른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것처럼 국민들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더이상 국제대회의 성적은 선진국의 척도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있다는 북유럽. 그들은 각종 대회에 목숨 걸지도 않을 뿐더러 각종 스포츠 순위에서 그들 국가를 찾기 또한 힘들다. 하지만 지하철이건 버스건 자전거를 어깨에 매고 다닐 정도로 많은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아직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생활체육 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웰빙 등에 관한 관심이 높이지면서 생활체육을 위한 시설이나 공원 등이 확충되어지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야심차게 '반값 골프장'을 밀고 있다.
아줌마들이 축구를 하면서 더운 날씨에 이들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짜증도 잠시 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생활체육이 움트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새로운 기쁨, 그리고 유니버시아드 대회 5위에 못지 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