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미니스커트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다. 노출이 많은 의상은 남성을 자극시켜 성범죄를 야기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논리였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성범죄와 미니스커트 차림을 인과관계로 보는 건 성범죄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묻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건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입는 것이지 성적인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니다. 만약 어떤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을 보고 어떤 남성이 성적인 자극을 받아 그 여성의 다리라도 만졌다면, 잘못은 본인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그 남성에게 있는 것일 뿐 여성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상황에만 이르지 않는다면 어떤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든 그건 당사자의 자유일 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된 아이스크림 광고나 아청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면, 광고나 동영상 같은 표현물이 아동 성범죄율을 높이게 만든다는 뻘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를 높인다는 주장은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동 포르노를 보고 어떤 자극을 받아서 범죄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는 논리인데, 이는 앞에서 말했듯이 미니스커트가 성범죄를 유발시킨다는 논리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탈 코르셋, 탈 브래지어처럼 여성에게만 강요되어왔던 남성적 시선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는 이들이 정작 포르노 같은 표현의 문제에 관해서는 그 남성적 시선을 다시 복권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