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선수가 갖춰야 할 건 두 가지면 된다. 퍼포먼스와 팬서비스. 하지만 국내에서는 추신수의 사례처럼 한 가지가 더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애국심’이라는 덕목인데, 특히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일수록 이런 대중의 기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아직도 스포츠를 국위선양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나 손흥민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건 한국이란 나라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소위 말해 큰물에서 놀면서 더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건 순전히 개인적 커리어를 위한 것이지, 어떤 공동체적인 사명을 가져서가 아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이런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행동, 마음가짐 같은 것에 신경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그 선수가 실제로 한국이란 나라를 대표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냥 우연히 한국이란 국적을 가진 것뿐이다.

중요한 건 우연성이다. 류현진이나 손흥민이 한국 국적을 갖고 미국이나 영국에서 활약하게 된 건 우연한 결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이나 영국의 스포츠팬들이 두 선수를 통해서 한국이란 나라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 또한 자연스럽게 생겨난 현상일 뿐, 계획되고 의도된 결과는 아니다. 다시 말해, 선수 개인으로서는 본인의 성과를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우연히 그 외의 결과들이 수반된 것이다. 우연과 필연은 다르다. 우연성의 결과까지 책임을 지우는 건 가혹한 일이다.

스포츠는 국위선양의 수단이 아니다. 스포츠와 나라의 위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포츠는 그저 즐길거리일 뿐이다.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수상한다고 해서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단지 한국야구에 대한 현지 팬들의 관심 정도만 생길 뿐이다. 다만, 그것으로 선수 개인에게 공동체적인 책임이나 의무 같은 걸 기대할 수는 없다. 선수 개인에겐 나라를 대표할 어떤 권리나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능력 발휘를 위해 노력하면 그만이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활약을 보고 즐기면 그만이다. 그 이상은 서로에게 기대할 것도 빚질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추신수 아들의 국적 선택에 대한 논란은 의미 없는 논쟁이다. 미국 시민권을 따든 국내에 들어와 군대를 가든 우리가 신경을 쓸 일도 아니고 감정소모를 할 일도 아니다. 다만,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 위하여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동안 한국을 알리려는 마음으로 야구에 임해왔다고 이야기한 건 부적절했던 것 같다. 설령 진심으로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그건 개인적 태도에 불과한 것일 뿐, 그건 누군가에게 강요받거나 인정받기를 원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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