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설은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권력의 파이를 나누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검찰이 문제라면, 검찰의 힘을 분산시키는 게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산에 사는 호랑이가 무섭다고 또 다른 호랑이를 산에 풀어놓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호랑이를 견제하겠다고 또 다른 호랑이를 풀어버리면 그 산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결국 두 마리의 호랑이에 시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검찰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따라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반대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에는 동의할 수가 없는 게, 검찰 개혁에는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수처 말고도 검찰 개혁을 위한 유의미한 논의들은 널리고 널렸다. 예를 들어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고 기소권만 유지하게 한다든지, 검찰을 지역 단위로 쪼개서 자치검찰제를 시행한다든지, 검찰을 합의제기관으로 만들어 행정부로부터 인사권을 독립시킨다든지. 사실 이런 고민들에 비하면 공수처 신설은 미봉책으로 보일 뿐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