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이란 말의 뜻을 찾아보면, '자기가 믿는 이외의 종교', '전통이나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이라고 나온다. 이단이라는 말이 제일 쉽게 쓰였던 시기는 중세였다. 당시는 모든 것이 기독교적 신의 섭리에 의해 정해져 있었다. 가장 교조적인 시대였다. 진리는 한 가지밖에 없었고, 그 외의 것들은 전부 이단이 되었으니까. 이단을 따르는 것으로 여겨지면 그 누구도 마녀사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단이란 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절대적 진리 혹은 주된 진리라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이단이라 규정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주변화하기 위한 절대성, 주류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그것을 상대적인 차이로 환원시키거나(모더니즘), 그것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뿐이다(포스트모더니즘). 어느 쪽이든 이단이란 개념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신천지를 향한 혐오의 감정에는 격하게 공감한다. 다만 그 혐오를 근거로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모든 종교는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절대자, 신자, 그리고 둘 사이에서 절대자의 이야기를 해석하고 신자에게 전달하는 성직자, 교리, 성전. 신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 위해 가짜 종교 행세를 하는 사이비 종교가 아닌 이상, 모든 종교는 내용만 다를 뿐 전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종교에 있어 정파와 시파라는 게 구분될 수 있다 한들, 사실 그 차이는 종이 한 장만큼의 차이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향해 이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론이든, 교단이든, 사법부든, 도지사든, 누군들 어떤 대상을 이단으로 규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아니,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말조차 틀린 의미일 수도 있다. 이단이란 개념이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P.S. 이런 논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강조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pc는 사회적 편견을 경계한다. 주류는 편견을 재생산하고 그 편견으로 비주류를 차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차별을 없애는 건 pc운동의 핵심이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이란 잣대를 특정한 영역에만 겨누고 그 외의 영역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결국은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 아닐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