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의 웹툰이 여성혐오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다. 여성혐오가 맞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웹툰은 영화, 문학 같은 창작물이다. 그것도 도덕적 규범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B급 창작물. 이런 창작물에 특정 부류에 대한 혐오적 표현이 함의되어 있다고 해서 그 표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창작물들은 전부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서 누구를 조롱하든 혐오하든 그것은 창작자의 마음이고 자유다. 그것을 넣어라 빼라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오로지 창작자에게만 있다. 대신 다른 이들은 그 작품 자체에 대해 마음껏 논할 수 있다. 비판할 수도 있고 폄하할 수도 있고 욕할 수도 있다. 창작자에게는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보는 이들은 이를 마음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우리 선배들이 독재정권과 맞선 시간이 수십 년이고 인류가 권위주의와 맞선 시간이 수 세기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단지 불쾌한 감정이 든다는 이유로 그 피비린내 나는 긴 시간을 무의미하게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는 부자와 빈자 모두를 혐오하는 비유가 가득하다. 제목부터 빼박이다. 그래서 만약에 (실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사도우미협회 같은 단체에서 본인들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이유로 상영관에서 영화를 내려달라고 요구한다면, 또 전경련 같은 곳에서 기업인에 대한 불쾌한 표현을 이유로 마찬가지의 요구를 한다면, ‘기생충’의 상영을 중지시켜야 함이 맞는 것일까.

매체나 맥락, 형식과 내용에 상관없이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무조건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이는 건 페미니즘이 스스로를 성역화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인 평등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소수의 여성들만 공유할 수 있는 자기 위안의 담론이 아니다. 교조화 되는 건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밀려나게 만들면서 페미니즘 본연의 목적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꼰대가 되는 게 아니라 꼰대를 없애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