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고 주기도 짧아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짧고 빠른 호흡이 많아질수록 느리고 긴 호흡도 가치를 갖게 된다. 현대인들이 패스트푸드를 찾다가도 금세 슬로푸드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사실 인간이란 종이 짧고 빠른 시간주기에 익숙해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유튜브나 틱톡, 짤방이 재밌는 건 짧은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의 시간들. 그 잠깐의 시간을 때우기 위함인 것이다. 짤방이 재밌는 건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짤막한 콘텐츠는 기승전결이 필요 없다. 언제든 끊겨도 되고 언제든 다시 봐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시간을 때울 때는 무한도전 '5분 순삭' 시리즈 같은 걸 보면 된다. 길지 않고 중간에 끊겨도 상관이 없으니까. 하지만 심심한 휴일에 집에서 TV를 볼 때는 '5분 순삭' 시리즈보다 한 편의 재방송분 전체를 보는 게 낫다. 단발적인 자극보다는 드라마틱한 맥락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영화도 한동안은 90분 내외의 러닝타임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두 시간 정도의 긴 러닝타임이 다시 많아지는 추세이다. 결론은 영화의 러닝타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경기시간이 길어서 축구나 야구의 인기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페레즈 전 회장 같이 스포츠의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장사치들이 하는 이야기다. 경기시간이 단축된다고 축구나 야구가 재밌어지는 건 아니다. 장사치들의 바람대로 경기 수나 광고노출만 늘어날 뿐이다.

거실에서 할 일 없이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몇 시간이고 진행되는 축구나 야구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팬이나 야구팬에게는 그 두세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일이면 챔피언스리그의 준결승 일정이 시작된다. 지구 반대편의 이곳에선 새벽 세시가 넘어서 시작되는 경기지만 이를 보기 위해 졸음과 사투를 벌일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축구장이나 야구장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안다. 90분 또는 두세 시간의 경기시간이 결코 길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환한 조명이 비추는 초록의 경기장은 현장을 찾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 분위기에 취하다보면 사실 긴 시간 때문에 지루할 일은 없다. 팬을 늘리는 건 경기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을 어떻게 경기장으로 끌고 올 것이냐다.

결론은 스타를 발굴해내고(스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발굴'이라는 말처럼 기존의 선수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다), 매력적인 환경의 경기장을 만들고, 여러 유인책으로 연고팀에 대한 애정을 높이고, 많은 투자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것밖엔 없다. 스포츠의 인기를 되찾는 데에는 꼼수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