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축구를 종합예술이라 이야기한다. ‘발레+전쟁+체스=축구’라는 말도 있다.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발레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또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과 폴란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등 국가 간 자존심을 내건 경기는 마치 전쟁과도 같다고 해서, 그리고 열한 명이 치밀한 전략과 전술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체스를 떠올린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관중석 양쪽에서는 대형 국기가 휘날리고, 관중들은 서로에게 야유하고 함성을 지른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잔뜩 상기되어 어깨를 부딪치고 몸을 날려 상대를 막는다. 총성만 없지 전쟁이 따로 없다. 순간 가슴에 태극마크가 박혀있는 유니폼은 참전용사의 군복과 다를 게 없어진다. 한일전이라도 치러지는 날엔 대표 선수들 한 명 한 명은 선수라기보다는 손에 권총이나 도시락 폭탄만을 안 들었다 뿐이지 의사義士에 가깝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라이벌전은 가관이다. 축구장에서만큼은 영국신사이고 점잖은 스칸디나비안이고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바이킹의 후예들뿐이다. 서로 욕하고 부르짖으며 자신들이 더 야만스러운 진정한 바이킹의 후예라고 으르렁거릴 뿐이다.

축구에는 지적인 면도 있다. 축구장에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슈트를 입고 경기 내내 마치 책을 보는 것처럼 턱을 괴고 심각한 눈빛을 하고 있는 감독도 있다. 감독들에게 선수들은 체스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 말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배치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발레, 전쟁, 체스에다가 ‘드라마’를 추가시키고 싶다. 축구장은 극장이다. 하지만 다른 극들과는 달리 정해진 대본도 결말도 없다. 오로지 선수들과 공만이 라이브로 드라마를 진행시켜나간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관중이 아니라 관객인 셈이다. 때로는 두 시간이 지루하리만큼 재미없고 그저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내지만, 가끔은 반전영화보다 더 반전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을 열광시킨다.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가 이탈리아를 꺾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축구는 스포츠가 아니다. 발레, 전쟁, 체스, 드라마가 합쳐진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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