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스템 신봉자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악설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모든 이들이 악하다는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을 뿐이다. 물론 절대적인 숫자를 가지고 비교하자면 선한 이들이 훨씬 대다수일 거고 악한 이들은 일부에 불과할 거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이 수백의 생사를 좌지우지 했던 것처럼 그 일부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그래서 믿을 수 없다는 거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다분히 낭만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믿을 수 있는 건 시스템뿐이다. 그래서 항상 '그것이 알고싶다'는 상중 형님의 강조된 멘트로 끝을 맺는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해서 반드시 개인의 자유를 갉아먹는 건 아니다. 구조주의라는 건 언어학에서 시작되었던 것처럼 구조란 것에 가장 대표적인 예인 언어만 봐도, 언어가 복잡하다고 해서 그 언어를 쓰는 이의 표현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표현이 풍부해질 수 있다. 이처럼 구조와 주체를 반비례적인 이분법으로 보는 건 수십 년 전에 폐기된 관점에 불과하다. 오히려 요즘의 이론가들에 의하면 주체성이 발현되는 과정은 그 시스템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부터 비로소 시작된다. 어쨌든 중요한 건 시스템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