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폭행, 사기, 마약, 도박, 유괴 등등. 현실에서는 모두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들이지만 drama에서는 심심찮게 다루는 소재들이다. 이런 행위가 drama의 소재로 허용되는 이유는 극이라는 것 자체가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허구적 사실에 불과하고, 그 소재로 다른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작가의 표현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상황 설정이나 서사 전개보다도 담배 한 모금이 인물의 심경이나 극적인 상황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가 그려내는 미장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진심으로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우려했다면 음주 장면도 검열했어야 했다. 또 성관계, 살인, 폭행 장면들도 모두 검열 대상으로 편집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흡연 장면을 편집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관된 논리라도 갖출 수 있었을 것이고, 논점은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하느냐 하는 무겁고 심오한 주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TV에서 흡연만을 검열하는 것은 일종의 차별에 불과하다. 흡연에 대한 차별, 나아가 흡연자들에 대한 차별. 필자도 담배 연기라면 질색을 하는 비흡연자이고 흡연률이 낮아지길 바라는 사람이지만, 이런 식으로 흡연자들을 규제하고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