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과 다른 건 놀이를 즐긴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행복하고 즐겁기 위한 활동을 즐기는 것, 인간을 호모 루덴스로 지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놀이라는 건 인간적인 삶 그 자체고 인류 문명은 놀이를 떠난 적이 없었다. 오늘날의 인터넷게임이란 것도 이런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단순하게 말해 인터넷게임은 디지털화된 놀이에 지나지 않다. 바둑과 바둑게임이 다른 건 바둑돌과 바둑판 대신 모니터를 사용한다는 점뿐이다. 다른 인터넷게임들도 마찬가지다. 가상공간이라는 무제한적인 확장성과 편의성이 가미되었을 뿐 장난감 총칼을 휘둘렀던 옛 시절의 전쟁놀이와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한국 부모들의 맹목적인 학구열과 생산성·근면함에 대한 집단적인 강박관념은 인터넷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포비아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그것이 입신양명만을 바라는 구시대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압축된 산업화 과정의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는 걸 조금도 용납하지 않고 규범화된 삶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작동한 결과다. 아직까지도 이 나라의 교육관은 오로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게끔 잘 훈육된 선량한 노동주체를 만드는 데 그치고 있음이 드러난 것. 아무리 고지식한 법관들이라지만 2:7이란 스코어는 너무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