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2년여 앞둔 2000년,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으로 히딩크를 모셔오는데 성공한다. '우리 대표팀도 이제 유럽처럼 수준 높은 축구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우리는 유수의 명문 클럽을 거친 그에게 선진 축구 전술을 전수받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이야기는 달랐다. 한국팀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체력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모두 의아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팀이 다른 강팀에 비해 기술이 부족한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히딩크를 모셔와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려 했거늘 정작 그가 하고 싶어하는 건 체력 훈련이라니. 체력을 우선시하는 그의 훈련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축구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시 말해 입만 아플 뿐.

바르셀로나가 한때 무적의 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체력 덕분이었다. 대부분 바르셀로나를 기술이 좋은 팀으로만 알고 있지만 바르셀로나는 그 어느 클럽보다 많이 뛰는 팀이다. 멀뚱히 제자리에서 패스를 주고 받는다고 티키타카가 되진 않는다. 선수들이 계속해서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티키타카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공을 뺏기면 바로 압박을 위해 달려들고 공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바르셀로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선수들의 활동량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