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보니까 프랑스 백수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부수고 개지랄 떨던데 우리나라 애들은 제 탓인 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 건 줄 알고.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주인공 동철(박중훈)이 하는 말이다. 그의 대사처럼 이 사회는 모든 걸 개인의 문제로 환원한다. 개인을 탓하는 건 쉽다.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런 접근방법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적인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와 교통사고는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교통사고도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교통사고도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눈이 내려 빙판길이 된 도로를 주행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결빙된 도로를 방치한 행정당국에 배상책임을 물린다. 주의·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설령 운전자의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반드시 행정주체에게 책임을 물린다. 하물며 해운 특허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화물 선적에 대한 감시 소홀, 사후 늦장 구조 등 총체적인 난국으로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에 있어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해경이 이유 없이 해체된 것은 아니지 않나. 세월호 참사의 국가배상을 인정하면 일반적인 교통사고 희생자들도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현행 법률이 이미 그렇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일까.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배상금이 아깝다니. 그보다 본인들이 납부하는 세금부터 아까워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 건 우리가 안심하고 운전을 하고 배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국가로 하여금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가는 유병언이나 청해진해운을 때려잡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을 예방·억제하고 참사가 발생하였다면 책임을 물고 제도를 정비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