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고민해봤지만, 나에게는 애국심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애국심이란 의미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알지도 못하는 걸 가졌을 리는 만무. '나라'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나라라고 말한다면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고 그렇다고 단순히 한국 국적자들의 집합체라 하기에도 부족하다. 심지어는 나라라는 실체가 존재하는지 어떤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나라를 사랑한다 운운할 수 있는 것일까.

대신 이건 확실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주위의 사람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곳,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한다. 물론 그들이 내 가족들이나 친구들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는 생전 모르던 사람이라도 해외에서 그를 만난다면 가족을 보는 것 만큼이나 반갑기 마련인 것처럼. 어쨌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늘 자유롭고 행복하길 바란다. 또 내가 자란 곳이 지금의 모습처럼 언제나 아름답고 정겹고 평온하길 바란다. 노인들이 혀를 차는 것처럼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꼭 나밖에 모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애국심과 대한민국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위태로워진다면 나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나는 드물게도 군대를 가지 못했고 그 흔한 기초군사훈련도 받지 못했지만 전쟁이 나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업햄처럼 탄띠를 둘러매고 총알이라도 나를 거다. 누구보다 잘 뛰어다닐 자신도 있고, 그래야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갖는 생각일 거다.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 오히려 해병대 지원자수가 급증했다던 뉴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