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새로움을 좋아하는 건 본능적인 속성에 가까울 거다. 새로움을 좋아했기 때문에 인류가 지금껏 생존할 수 있었으니까. 만약 그런 본능이 없었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아주 조금의 환경 변화에도 심각한 멸종 위기를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것에 적응하면서 생명력을 키워왔던 덕분에 인류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번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도록 셋팅이 되어있는 셈이다. 간단하고도 단적인 예로는 이병헌이 있다. 이민정 같은 여신급 와이프를 두고도 바람을 피는 게 바로 인간이니까. '남자한테 가장 이뻐 보이는 여자는 처음 만난 여자'라는 말은 진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것만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만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새로운 노래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즐겨 듣는 것처럼. 또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보다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머물고 싶어 하는 것처럼. 이런 경향들에는 단지 편안함, 안락함 혹은 소유욕 같은 개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

바람직한 연애라는 건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전자 수준의 남녀는 많겠지만 후자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또 설령 오랜 연인으로 발전해서 그 과정을 이행한다 하더라도 새로움이 바래는 만큼 설렘이 줄어드는 슬픈 현실에 직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바꾸어 보자면 설렘이란 건 괜찮아 보이는 상대에게는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오랜 연인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은 아무하고나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운명 앞에서는 설렘을 느끼지는 않는 것처럼, 결국 연애라는 것도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과정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