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여 년 전 외래종교였던 기독교가 이땅의 인민과 실학자의 관심을 받았던 건 기독교가 토착신앙의 몰합리와 유교적인 구습에서부터 그들을 해방시켜주리라 믿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기독교(정확히 말하자면 그중에서도 개신교)는 그것들을 배척하기보다는 오히려 끌어안으며 로컬화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날 개신교 목회자들의 유별난 선민의식은 토착신앙의 샤머니즘과 유교적 권위주의가 버무러진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특징이 되었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과세안에 반발하고 있는 데에는 이런 선민의식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교회도 이제는 주의 교회이기보다는 목사의 교회에 가깝고, 신자들도 성경과 교리보다는 그에 대한 목사의 해설(가끔은 정치적 견해마저 아끼지 않는)에 영도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의 목사들은 스스로 본인의 위치를 목회자의 신분보다 샤머니스트적인 존재로 인지하는 듯하다. 그러니 과세에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샤머니스트의 성스러운 봉사에 속인들이 세금을 매긴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