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 박주영을 기용하면 인맥이고, 슈틸리케가 이정협을 기용하면 안목인가. 어떤 선수를 선택하느냐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고, 우리는 그 '선택'이 아닌 선택의 '결과'를 두고 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선수 기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순간 그만큼 감독의 선택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해 감독의 선수 기용 권한이 전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정협 같은 무명선수가 깜짝 발탁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홍명보와 슈틸리케는 똑같이 본인의 관점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고 팀을 만들었다. 다만 홍명보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슈틸리케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감독마다 선호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허정무가 이근호를, 조광래가 지동원을, 최강희가 이동국을 아꼈던 걸 그저 인맥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올림픽 메달 감독을 한순간 파렴치한 연고주의자로 만들어버린 건, 뜬금 없이 인맥이란 자극적 워딩을 갖다붙인 기자들도 한몫을 했을테고 그에 놀아나는 냄비근성들도 한몫을 했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