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을 의회에 맡긴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의원 본인들이 법안의 효력을 받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규제 적용을 순전히 불편해하는 의원도 있을 수 있고, 신념에 따라 법안 수정을 주장하는 의원도 있을 수 있다. 어찌 됐건 본인의 기득권이 달린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게끔 만드는 건 의원들의 입장에서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서건 어느 쪽에서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원래 이런 법안은 대통령의 추진 하에 처리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편리하게도(?) 행정부도 법률안 제출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은 시한부 권력이기 때문에 법안의 이해관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도 하다. 사실 업적을 만듦으로써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건 집권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다. 김영란법 같은 제도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소스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란 세일즈 외교 따위를 위해 있는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