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오스망이나 나폴레옹3세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오스망의 파리 정비도 갖가지 비판들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서울의 흉측한 난개발보단 백배 천배 낫다. 이곳에서도 도시를 근대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미적감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군인 출신의 독재자가 정권을 잡은 탓에 서울의 정체성, 역사성, 장소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때부터 서울의 특성을 결정짓는 건 오로지 돈이 되었고, 자본 논리에 따라 헐리고 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잿빛 콘크리트 건물만 수두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