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증명하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일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위 복지론자들 입에서 나온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그건 복지를 적선 따위로 여기는 말이기 때문이다. 빈곤을 부끄럽게 여기는 건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하지만 복지를 말하는 사람은 빈곤을 부끄러운 걸로 여겨서는 안 된다. 복지가 필요한 건 무능하고 게으른 빈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빈곤은 구조적 산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으로서 복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빈곤은 죄가 아니다. 아니, 죄가 아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