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기식으로 동원되는 경찰력도 문제지만, 대규모 집회 때마다 그 시류에 편승하려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더 큰 문제다. 어느 쪽에서든 극단주의는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어쩌면 어버이연합 같은 어용단체보다 더 혐오스러운 게 이들일지도 모른다. 어버이연합은 기득권을 좀먹는 자들이지만, 이들은 나와 비슷한 신념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둘러쳐진 경찰 차벽을 견딜 수 없었다면 그 차벽을 때려부술 게 아니라 그 차벽을 뻘줌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평온하고 의식 있는 집단지성으로 거대한 경찰버스와 방패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집회를 과격하게 이끈다고 얻어지는 건 없다. 시민과 경찰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경찰의 폭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경찰 차벽 하나 뚫어내는 걸로 아나키즘적인 사회 전복이라도 시도하는 게 아닌 이상 최대한 상식적인 수준에서 유추해보자면, 일부에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것 말고는 없다. 집회를 갖는 건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갈등 자체가 목적인 집회는 있을 수 없다. 그건 그냥 배설적인 집단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배설은 유족들에게나 사회 전반으로나 전혀 이로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