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흥행과 재미는 비례관계에 있었다. 영화가 재밌을수록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봤다. 하지만 요즘 극장가를 보면 흥행과 재미가 꼭 비례하는 것 같진 않다. 재미없는데도 흥행에는 성공하는 영화가 나온다. '베테랑'도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작품성이 훌륭한 건 절대 아니고 딱히 재밌는 것도 아닌데 천만 관객을 넘긴 것이다. 사실 무더운 8월이면 극장가의 성수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개봉작이 많지 않았다. 작년 여름만 해도 '군도', '해적', '명량', '해무' 같은 거액의 투자 작품들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경기 불황으로 영화제작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개봉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결국 몇 안되는 작품으로 모든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베테랑'이 천만을 넘어선 것도 영화 자체가 괜찮았다기보다는 이런 외적 요인들이 많이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봤을 때 '베테랑'은 그냥 클리셰가 전부인 영화다. 형사가 주인공인 클리셰1에 서민과 재벌의 대결이라는 클리셰2와 평면적인 선악 대결이라는 클리셰3이 더해져서 클리셰의 향연이 펼쳐진 셈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형사물보다 영화적 표현이 더 맛깔스럽다거나 더 스타일리쉬한 것도 아니다. 맨주먹 다이다이로 그려지는 류승완표 액션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그림일 뿐이다. 오락 영화를 두고 작품성이나 세세한 완성도를 따지겠다는 건 아니지만 오락 영화를 기준으로 봐도 관습적인 클리셰가 전부인 영화를 과연 천만 영화라 칭송할 만큼 괜찮은 작품이라 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