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두운 미지의 영역이더라도 이성의 촛불을 비추면 전부 환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연은 신비의 세계가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 되었고, 사회도 과학적인 법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이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고관이다. 시장의 가격이라는 건 일정한 인과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상황이나 정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주가의 변동도 예측 가능하다는 믿음. 이 믿음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안고 불확실과 모험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고 또 이해한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이해 가능한 합리적 인과관계란 의외로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감정, 욕망, 우연성 같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세상은 훨씬 복합적이고 복잡한 양상을 띄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복했다고 생각했던 자연과학에서도 양자역학 같은 분야는 여전히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어둠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공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다 해도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수학적인 경제학 법칙들도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거나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아무리 정교화된 투자기법이나 판단기준이 있다 한들 그것이 성투를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식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자책한다. 그리고 보다 냉정하고 분석적으로 투자를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해서, 다시 말해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판단해서) 주식 투자에 실패한 건 아니다. 애초에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주식 투자는 항상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상은 이성적인 기준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