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는 이익을 누리는 게 아니라 침익을 막는 개념에 가깝다. 무언가를 권리로 내세우려면 그 무언가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권리란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것을 되찾을 때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우리의 권리에 속한다. 다만 평소에는 침해받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권리라고 어필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우리가 권리를 내세우는 경우는 대부분 마땅히 누려야 할 무언가를 누리지 못했을 때다. 예를 들어 합당한 이유 없이 상품 환불을 거부당하는 경우 소비자의 권리를 근거로 부당한 처우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처럼.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그것이 내가 평소 당연하게 갖고 있었던 권리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당연한 권리가 아님에도 내가 누리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누군가의 호의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모르고 그것을 나의 당연한 권리로 주장한다면 스스로 진상이 되는 것이다.

퀴어축제가 도심 한복판에서 개최된다고 해도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건 없다. 퀴어축제가 많은 이들의 혐오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그것이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건 권리가 아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는 건 권리가 아니라 꼰대질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