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은 간접체험이다. 직접 맛을 보는 게 아니다. 맛 표현을 읽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음식의 짜기나 맵기는 먹방 진행자의 기준에서 평가되고 보는 이들은 진행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대로 음식의 맛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표와 기의는 무관한 것처럼 사실 음식의 맛과 진행자의 맛 표현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진행자는 맛있다고 한 음식이 누군가에겐 맛없는 음식일 수도 있고 반대로 진행자는 맛없다고 한 음식이 누군가에겐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다.

드라마를 요약본으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요약이라도 편집자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텍스트를 요약하는 건 ZIP으로 파일을 압축하는 것과 다르다. 선택과 집중은 텍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같은 강의를 듣고도 학생마다 강의 노트가 다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해하지 않고 요약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을 요약본으로 보는 건 그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작품에 대한 편집자의 해석을 보는 거다. 먹방처럼 음식을 직접 먹어보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후기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이제스트판이란 말처럼 짧은 시간 마치 소화하듯 작품을 감상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작품을 감상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감상을 감상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