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몰아친 덕분에 올해는 좀 잠잠하려나 싶었더니, 역시 또 시끌시끌하다. 해마다 복날이면 거리로 나와 저런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이 거의 연례행사 수준이다. 요즘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말이 많은 때가 또 없었기에 그들의 이런 행위 자체를 내가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어찌 되었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태도다. 마치 요즘의 문명시대에는 걸맞지 못하는 야만인 따위로 여기면서 어떻게 반려동물인 개를 먹을 수 있냐며 치를 떤다. 참 독단적인 태도다. 논리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들에게 논리적으로 개고기 반대 주장이 얼마나 허술한 주장인지 조목조목 따져주는 것도 이제 지겹다.

할 수만 있다면 시위를 하는 사람들 그대로 타임캡슐에 태워서 조선시대 사대문 거리로 보내고 싶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문명국가'의 거리에서, 고지식할 정도로 높은 문화적 식견을 갖고 있었던 양반과 선비들 앞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야만적 행위!"라고 한 번 외쳐보는 것은 어떨지. 굳이 '문화적 상대주의'니 뭐니 따지지 않더라도 언제부터 서양에서 들어온 애견문화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고상한' 문화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프랑스에는 푸아그라라는 요리가 있다. '절망의 진미'라고 불리는 거위 간 요리다. 거위 한 마리 당 손바닥도 되지 않는 극히 적은 양이 나오기 때문에 매우 귀한 요리이기도 하다. '절망의 진미'라 불릴 만큼 이 요리를 위해 매년 수많은 거위들이 끔찍하게 희생당한다. 프랑스인들은 최대한 많은 양의 간을 생산해내기 위해서 거위를 움직이지도 못할 좁은 철창 안에 가둬놓고 깔대기를 통해 엄청난 양의 사료와 물을 먹인다. 이에 거위의 간은 부을대로 부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거위에게 억지로 '지방간'을 앓도록 만들어 거위 간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매년 프랑스 주변국들은 프랑스인들의 잔인한 거위 사육을 질타한다. 문화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에서 이런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콧방귀'다. 한 마디로 '늬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동물학대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두둑한 배짱만큼은 눈 여겨 볼만 하다는 의미이다. 개고기 문화를 국제적 망신이니 후진문화라니 하고 떠드는 이들은 문화 사대주의에 찌들어 나라 밖 눈치를 보느라 바쁜 사람들일 뿐이다. 프랑스가 푸아그라로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적 문화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설령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을 신경쓰지 않으면 될 뿐,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쩔쩔 맬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세상 어느 민족과 비교해봐도 남부럽지 않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문화를 영위해 나가고 있는 데 말이다.

푸아그라는 프랑스의 대표 요리를 넘어 세계적 별미가 되었다. 누구보다 프랑스인들 스스로가 푸아그라 요리에 자부심을 갖고 가장 맛있는 요리라고 치켜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만의 음식 문화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 하는 것일까.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먹는 전통이라며 외국인들에게 권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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