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로케 어벤져스 촬영에 꼭 뒤따르는 말이 있다. 홍보 효과에 대한 원화 가치는 얼마인지, 관광객 수입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심지어는 어벤져스 촬영팀이 국내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등등. 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기에 언론의 관심이 증폭되는 건 이해되지만, 꼭 이야기의 말미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건 너무 속물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번 촬영을 크게 반기는 편이지만 그것이 국가브랜드 향상이나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인 건 아니다. 단지 영화에 대한 국내 지자체·관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반가웠을 뿐이다. 해외 영화사가, 그것도 새벽도 아닌 한낮에 다리나 대로를 통째로 통제하고 영화를 촬영한다는 건 과거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으니까. 아마 영화계에서는 유의미한 선례로 남을 거다.


다만 아쉬운 감이 없진 않다. 그 변화에 있어 영화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 본연의 가치보다는 영화 산업의 부수적 수익에 눈을 떴다고 보는 게 더 맞는 이야기일 거다. 영화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없이 오로지 경제적 효과에만 몰두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부수고 터뜨리기 좋아하는 히어로물이 서울이란 장소성을 온전히 담아내기 힘들 거라는 건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서울시만 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바다. 아마 이번 촬영으로 가장 득을 보는 건 어벤져스 제작사가 될 것이다. 서울 로케라는 건 해외 관광객들에 대한 홍보보다는 국내 영화 관객들에 대한 홍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바꾸어 보면 유수의 해외 제작사들이 국내 로케를 적극적으로 고려할만큼 국내와 같이 영화에 대한 대중적인 애정이 각별한 곳도 사실 많지 않다. 시장 규모만 봐도 손꼽히는 정도고 예술영화에 대한 작품성이나 이해도 또한 수준급이다. 그만큼 영화를 돈으로 보기보다는 문화 자체로 가치를 인정해주는 풍토가 자리잡혔으면 하는 바람. 심지어는 '디워' 촬영에도 흔쾌히 도심을 내어준 LA처럼 서울이란 곳도 영화 자체를 좋아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도시가 되진 못할까.

한 십여 년 전만해도 공격수는 말 그대로 공격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공격수는 골 넣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공격만 잘하는 공격수는 좋은 공격수로 평가받지 못한다. 공격 못지 않게 수비도 잘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더 많이 더 악착스럽게 뛰어야 한다. 축구 선수들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가지만 잘해서는 훌륭한 축구 선수라고 평가받지 못한다(물론 늘 그렇듯 메시나 호날두 같은 돌연변이는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이는 공격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비수도 공격을 잘해야 한다. 공격의 시작이 되는 위치에서 능수능란하게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골키퍼도 마찬가지. 골키퍼가 슛만 잘 막으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의 골키퍼는 공을 손으로 잡는 것보다 공을 발로 다루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문제는 이 상향평준화라는 게 축구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사회라는 것도 점차 상향평준화되어 가고 있다. 한때는 글만 읽을 줄 알아도 식자 소리를 듣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학위에 어학시험인증에 자격증을 들이밀어도 일자리 하나 얻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능력의 여하를 떠나 외모 경쟁력을 위해 성형까지 권하고 있으니 말은 다한 셈. 경쟁이란 영역이 대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 그 경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덕분에 현 시대의 인간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더 서글픈 건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낙오되지 않기 위해 더욱 고단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공이 없을 때도 쉬지 못하고 수비수의 공을 뺏기 위해 부단히 달리고 또 달리는 공격수의 가뿐 숨이 요즘따라 왜 그리 고달프게 보이는지.


윈터플레이(winterplay)의 빌리 진(Billie Jean), 마이클 잭슨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