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13:25 KAL 인천국제공항 출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국내항공사 외에 생각보다 값싼 항공편들이 많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경유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하루에 임박하는 장시간 항공편들이었다. 공항 경유가 상당히 체력적으로 부담되기에 한 곳만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찾기로 했지만, 한 곳만 경유하는 항공편이나 국내 대한항공의 직항이나 값은 거의 비슷해서 결국 KAL기 왕복 이용으로 선택.

2월 3일 16:55(현지시각) KAL 빈 슈페하트 국제공항 도착.
빈서역(Wien westbanhof) Hutteldorf Hostel 이용.
처음으로 묵게 될 빈에서 어떤 호스텔을 이용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빈에는 움밧더라운지나 Ruthensteiner Hostel 등 괜찮은 호스텔도 많았지만 결국 값도 제일 싸고 아침도 든든히 먹을 수 있는 Hutteldorf로 결정했다. 그리고 세군데 모두 서역 근처로 비슷한 곳에 몰려있기 때문에 만약 어느 한 곳에 방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편할 듯 하다.


2월 4일 빈 시가지.
다음날 이용할 짤츠부르크행 기차표 예약.(호스텔과 가까운 빈서역에서 예약 가능)
마지막 일정에 빈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므로 여유를 두고 구시가지를 구경할 예정이다. 음악의 도시이니만큼 빈에서 직접 듣는 연주회도 괜찮을 듯 한데 연주회 티켓 가격이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Museum Quartier에서 오스트리아 신인작가들의 그림 작품도 감상해도 괜찮을듯 하다.
국내 여행객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는 중앙묘지를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묘지가 모두 모여있는 곳이란다. 몇 발자국 앞의 땅 속에 이들이 묻혀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도 묘한 경험이 될 듯.

2월 5일 빈에서 짤츠부르크로 이동.(빈서역에서 기차로 잘츠부르크 중앙역으로 이동)
2월 6일까지 짤츠부르크 구시가지 여행. 숙소는 Pension Elizabeth아니면 YOHO Hostel 이용. 모두 중앙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괜찮을듯 하다.
아 그리고 2월 5일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2월 7일 아침 이용할 린츠행 기차표 예약.

2월 7일 짤츠부르크에서 린츠(Linz)로 이동.(짤츠부르크 중앙역에서 기차로 이동)
린츠 도착 후 곧바로 체스키 크룸로프(Chesky Crumlov)로 이동.(LOBO Shuttle)
린츠에서 크룸로프로 이동하는 로보셔틀 봉고 예약 문의 메일보냈는데 인원이 나 혼자라고 힘들듯 하다고 답장이 왔다.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로보셔틀이 제일 괜찮은 이동 수단인 듯 한데 다른 봉고나 어쩔 수 없으면 린츠에서 체스키 부데요비치로 이동해서 그 곳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할 듯 싶다.
체스키 크룸로프 도착 후 중앙광장에 위치한 Traveler's Hostel 이용.
아마 이 날은 거의 하루종일 이동하는데 시간을 소비할 듯 싶다.

2월 8일 체스키 크룸로프 구시가지 여행 후 프라하로 이동.
오후 5시~6시. 프라하로 가는 버스 이용. 프라하 B호선 종점 Cerny Most 터미널 도착.
여행하는 곳 중 가장 작은 도시인 체스키 크룸로프. 워낙 시 자체의 규모가 작고 여러가지 볼 것들이 구시가지로 밀집되어 있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주의할 것은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따로 코루나로 환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스키 크룸로프성 근처에 있는 환전센터에서 환전.
저녁 프라하에 도착 후 A Plus Hostel 이용.(Florenc 버스터미널 Na Florenci street)
마찬가지로 프라하에는 유명하고 괜찮은 호스텔이 많았다. 미스소피와 A Plus Hostel 둘 중 한 곳 결정하느라 고민에 고민 거듭한 끝에 역시나 아침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A Plus Hostel로 결정.

2월 9일 ~ 2월 11일 프라하(Prague) 시가지.
프라하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인만큼 둘러볼데가 상당히 많다. 다행이 시가지가 크지 않아서 도보로도 충분히 이곳저곳 이동이 가능하다. 3일 정도 동안 구석구석 갔다와볼 에정.
프라하 시계탑 광장에 있는 블루프라하에서 기념품 엽서 사는 것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홀레쇼비체 기차역에서 브르노행 기차표 예약도 잊지 말 것.

2월 12일 프라하에서 브르노(Brno)로 이동.(홀레쇼비체역에서 기차로 이동)
브르노 반나절 둘러본 후 부다페스트로 이동.(그랜드호텔 맞은편 Student Agency 이용)
브르노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늦은 밤이 되서야 부다페스트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듯 하다. 근처에 바로 지하철역이 있으니 지하철을 타고 망치네 민박으로 이동할 예정. 원래 한인민박은 이용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서 결정했다. 더군다나 부다페스트 세체니다리에 가까워서 야경을 보기에도 적합한 숙소같았다.

2월 13일 ~ 2월 15일 오후까지 부다페스트에 머물다가 빈으로 이동.(중앙역에서 기차이용)
부다페스트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도 나왔듯이 우울의 도시. 글루미 선데이의 레스토랑 모델이었던 Gundel에서 한번 식사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헝가리 물가가 좀 낮아서 그렇게 많이 비싸진 않지만 걱정되는 것은 복장이다. 복장을 빌려준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일단 가서 알아봐야 겠다.
빈에 다시 돌아온 후 숙소는 그대로 Huttedorf에서 묶거나 아니면 새롭게 움밧더라운지를 가던지 둘 중 한 곳으로 갈 예정이다.

2월 16일 빈 시가지(시간있으면 빈숲까지)
가장 가볼 곳은 토요일마다 열리는 빈 벼룩시장.


2월 17일 빈 시가지 둘러보고 오후 늦게 빈 슈펜하트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국.
마지막 날이니만큼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 있다. 일부로 출국날짜를 일요일에 잡은 것도 그 유명한 빈소년합창단의 합창을 현장에서 직접 라이브로 듣기 위해서다. 구왕궁예배당에서 매주 일요일 9시 미사가 시작되는데 그 때 딱 한 번 빈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 후 못가본 빈 시가지 내의 명소를 천천히 둘러본 후 슈펜하트 공항으로.

2월 18일 12:50(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 도착.

루트 짜기..
처음가보는 배낭여행, 해외에 나갈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혼자 일정을 다짜고 이동편까지 정하는 배낭여행 준비는 처음이었다.
여기저기 숙소 알아보고, 시간에 맞게 비행기편, 버스나 기차편 알아보고 학생 할인혜택 알아보고 할 일도 많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기 위해 애쓰다보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제 대학생이 된 만큼, 관광이 아닌 여행을 가보자 하고 무모하게 혼자 일정도 짜고 혼자 비행기 타고 날라갈 예정인데,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 제발 소매치기나 좀 만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쥬라기공원>에서 관객들은 난생 처음보는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에 감탄했다. 스크린 속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살아넘치는 공룡들을 보며 관객들은 그저 신기해할 뿐이었고 이 영화는 괴수 영화의 새로운 한 획을 긋게 되었다. 그 후, <고질라>에서부터 <킹콩>, 우리나라에서는 <괴물>에서 <디워>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컴퓨터 그래픽(CG)로 무장한 괴수영화들이 연달아 개봉되었고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하지만 <클로버필드>는 이런 기존의 괴수영화들과는 달랐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른 괴수영화들보다 유난히 작품성이 높다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나 작품성 등을 떠나서 단지 이 영화는 다른 괴수영화와는 확실히 특이했다. 영화는 철저히 1인칭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영화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들고 다니던 캠코더 렌즈의 시각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았다. 약 10년 전 <블레어위치>란 영화가 처음 시도했던 캠코더 1인칭 시점 화면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런데 1인칭 시점 화면과 괴수란 아이템의 절묘한 만남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로스트>,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미드'다. 한 장면, 장면이 긴박한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시나리오 구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에서 제작진이 자주 사용했던 흥미 요소가 바로 보이지 않는 '공포'였다. 등장인물들은 분명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쫓겨다녔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공격자들의 정체를 절대 시청자들에게 노출시키지 않았고 그런 보이지 않는 적에게 우리는 더욱 긴장해야만 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에서의 괴물은 다른 괴수영화와는 달리 철저히 가려졌다. 빌딩에서 빌딩 사이로 몸을 숨기거나 캠코더의 렌즈 시야에서 벗어나면서 절대 완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괴물이 어떠한 생김새였는지 확신이 안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괴물의 숨바꼭질은 관객들의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은 단 몇 초씩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괴물에 대해 일말의 갈증을 느끼고, 때로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 때문에 꼴딱꼴딱 침을 삼켰다.

등장인물이 캠코더를 들고 폐허가 된 거리를 뛸 때 내는 긴박한 숨소리는 마치 내 숨소리 같았고, 조그마한 괴물들이 등장인물들에게 덤빌때는 마치 내가 공격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등장인물이 마치 나처럼 느껴지는 생생함. 이것 또한 1인칭 시점이었기에 가능했다. 괴물이 캠코더를 향해 덤벼들때마다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질끈 거려야 했다. 대신 영화 속 인물이 무자비할 정도로 캠코더를 흔들어댄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어지러움을 참아야 했다. 우리야 스크린 한 쪽에 쓰여진 자막을 읽느라 잠깐씩이라도 눈을 고정시킬 수 있었지만 쉴틈없이 스크린만을 응시해야 했던 미국인들은 우리보다 몇 배 어지러움을 느꼈을텐데 그 사람들은 어지러움을 잘 버텼나 궁금하다.

사실 영화 속 인물 또한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 관객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일개의 시민이기에 괴물이 나타났을 경우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설정이 가장 사실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제작자는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괴물과 맞딱드리도록 하기 위해 얼렁뚱땅 사랑을 사용한다. 형을 잃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숴진 건물의 꼭대기로 올라간다는 설득력없는 설정은 이 영화의 깊은 약점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1인칭 시점으로 영화를 계속 이끌어가기에 불가피했던 제작자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괴수란 아이템과 1인칭 시점의 절묘한 결합은 이 빈약한 내용 전개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성공의 열쇠로 꼽히는 것이 바로 차별화다. 괴수영화도 더이상 이런 차별화의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나보다. 괴수영화에 한강찬가만큼이나 난데없는 휴머니즘을 결합시킨 영화가 큰 호응을 얻었고, 어제 봤던 영화에서는 캠코더인지 영화인지 구분이 안가는 1인칭 시점으로 등장인물과 관객을 혼연일치시켜버렸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하던 도중, 갑자기 심형래 감독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얼마나 정교하고 실제감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구현해냈느냐는 더이상 괴수영화의 경쟁력이 아니다. 그저 기본 옵션일 뿐이다. 이제 괴수영화 제작자들은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받으려는 어리석은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나아가 컴퓨터 그래픽에 자신의 영화만의 독특한 어떤 것을 가미시키려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과연 심 감독이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고 어떠한 생각을 할 지 정말 궁금하다.

  • 천재님^0^ 2008.01.27 01:43 # modify/delete reply

    저는 영화 보는 내내 심형래가 떠올랐어요
    저는 1인칭 촬영기법을 한 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요
    다들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후반부가 별로다, 이게 뭐냐 이러쿵 저러쿵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요즘 할리우드에서 이런 류의 영화가 많이 개봉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911테러에서 비롯된 발상이더군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달리 괴물이 어떻게 나타나고 무슨 일을 하는 지에 대해 알려주기 보다는 관객 조차 알지 못하는 아니, 당하는 피해자인 주인공들 조차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모르는 것"에게서 무방비적으로 당하는 것이 911테러 이후 급격히 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래요

    911 테러 당시 갑작스레 누군지도 모르는 적에게서 무슨 이유인 지도 모르고 받은 공격에 너무나도 큰 신체, 정신적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그에서 공포를 느끼게끔 하려고 이러한 소재, 형식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공포 영화에서 공포는 바로 익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라고 보는 것이기에 사막, 아마존과 같이 독특한 배경적 상황을 제시하지 않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갑작스레 괴수에게서 공격을 받는 것으로 설정 한 것 같아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철저히 1인칭 관점을 함으로서 관객이 그 시점에 몰입하여 실재감을 더욱 느낄 수 있게 하여 그로부터 공포감을 더욱 가증시켰다는 점에서 저는 이 촬영 방식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답니다.




    크크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 괴수의 정체를 몰라요
    겁이 많아서 자막만 봤어요.... 괴물이랑 그 이상한 소리내는 작은 것들 나올 때는 ㅠㅠ
    그리고.........영화 본 날에는 잠을 못 잤죠...
    새벽 6시까지........................

하루종일 지겹도록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던 어제, 문과대 체육대회 축구 준결승전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전날 밤잠을 설쳐가며 설레여 하고 기대했을 경기였지만, 몇 번의 허무했던 경기 취소와 찌뿌둥하기만 한 날씨로 사실 축구 대회에 대한 열정 따위는 식을대로 식어있었다. 수중전. 보는 사람들이야 시원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비가 내리고 빗물이 고여있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일이란 평소 축구를 할 때보다 두 세 배는 더 힘이 든다.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비는 자꾸 눈에 들어가서 시야를 방해하거나 눈가를 간지럽히고, 흠뻑 젖은 유니폼과 타이즈, 축구화는 물만 먹고 점점 무거워진다. 공도 물을 먹고 무거워지고 땅은 듬성듬성 물로 고여있어 뛰어다니기에도 불편해진다. 이렇게 힘든건 비단 우리 뿐만 아니었다. 상대팀이었던 사회복지학과 팀도 우리처럼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두 팀 모두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하나 같이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고 한명 두명 상대와의 몸싸움에 넘어지면서 설상가상 감정까지 격해졌다. 이쯤되면 선수들끼리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기 쉽상이다. 어제 역시, 경기 도중 각 팀 선수들끼리 시비가 붙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서로 말을 놓고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으며 대치하는 양 팀 선수들. 이들을 말리는 같은 편의 팀 동료들. 상대 팀에게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자며 어깨나 등을 토닥이는 선수들. 분을 못삭히며 팀 동료에게 붙잡혀 있는 선수들. 이들 사이에서는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승부라는 것이 정말 냉철하다. 마음의 여유 따위는 절대 없다. 평소 같으면 넘어진 상대팀 선수에게 괜찮냐고 다친 곳이 없냐고 물으며 서로 웃음으로 넘겨버릴테지만 냉혹한 승부에서는 상대팀 선수에 대한 배려 따위는 발 붙일 곳이 없다. 그저 힐끗 쳐다보고는 쏜살같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수 밖에. 물론 이에 대한 재책감을 갖을 이유도 없다. 단지 내가 넘어졌을 때 상대팀 선수도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할거라는 이유로. 우리 팀이 골을 넣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우리는 모두 열광하고 서로 얼싸안는다.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이 하늘로 치켜 올려지고 뱃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함성이 내뱉어진다. 불과 몇 초 전의 찌뿌리고 힘겨운 표정은 어디로 간채 모두들 서로서로 웃는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바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선수들이 하나 둘 고개를 떨군다. 때로는 좀 전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죄책감으로, 때로는 서로에 대한 말 못할 원망감으로, 정말이지 '절망'이란 단어가 이 때 만큼 뼈저리게 와닿는 때가 없을 정도로 온몸이 푹 꺼진다.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서로 줄을 서서 마주보고 악수를 나눌 때, 방금 전까지의 치열했던 순간은 사라지고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서로를 격려한다. 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웃음을 지어주며 악수를 해주던 사회복지학과 선수들이 고맙게 까지 느껴졌다. 물론 이 고마움 또한 승자의 여유겠지만. 어느 한 쪽은 승리라는 기쁨에 도취되어 웃음과 환호가 만발하는 반면, 그 한 쪽 만큼 다른 한 쪽은 패배라는 절망에 분을 삭이고 마음 속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낸다. 승자와 패자. 어찌보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처럼 슬프고 침울한 일이 또 있을까 싶지만, 모두들 이 침울함을 되내이기보다는 어떻게든지 승자가 되려 치열하게 뛰고 죽을듯이 달린다. 하긴, 어떻게 보면 치열하게 달리는 길만이 이 침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겠지만 말이다. 또 한 고비를 힘겹게 넘어섰다. 지금까지 두 번의 경기를 어찌되었건 이기게 되었지만, 승자와 패자로 정확히 양분되는 50%의 게임에서, 다음 번에도 반드시 승자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고비'라는 표현이 어제의 승자가 된 기분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말 같다.

며칠 전, 월드컵 경기장 공원에 갔다가 재밌는 구경을 했다. 경기장 남문 큰 계단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워낙 이 곳이 평소 행사를 많이 하는 곳이겠거니 하고 지나가려는데, 그들은 바로 홈에버 직원들. 얼마 전까지 뉴스에서 연달아 떠들어대던 홈에버 노조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닌 홈에버 정직원들이었다. 그들의 요구는 한 마디로 파업 등으로 불법 영업 방해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맹렬히 소수의 극렬 노조원들과 민노총 등 외부 세력을 규탄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정당한 요구이지만 이렇게 서로의 이익, 생존만을 위해 집단 시위를 벌여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는 모습이 영 보기 좋지만은 않다.


물론 비정규직이란 시스템이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모순들을 담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다. 따라서 민노총과 민노당이 공권력게 매우 격렬하게 대치하면서까지 이 이랜드 사태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점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최근 민노총을 비롯한 노조가 방법론적인 면에서 너무 극단주의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목소리가 사회에 팽배해질 정도로 지금까지 보여준 이랜드 사태에서의 폭력 시위는 그 도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상생. 공존. 어쩌면 현 참여정부의 핵심 키워드. 앞서 말한 듯 심각한 이랜드 사태로 가장 많이 득을 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격렬한 시위로 자신들의 진가를 다시 한번 드러낸 노조들? 이들은 선교봉사단을 납치테러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고 자부하는 탈레반들과 다를바 없다. 그럼 이랜드 기업의 사측? 그들이야말로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한 장본인들이다. 외주용역화 등의 비정규직화를 통해 얻는 작은 이익을 위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켜버렸고 사내에서 파업과 시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속태우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마트. 유통업계의 라이벌인 이마트가 가장 큰 이익을 얻었다. 상암에서 가장 가까운 이마트 서부점은 전국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이마트였지만, 월드컵 경기장에 홈에버가 들어서면서 이 곳 상권을 양분해갔다. 하지만 홈에버가 이번 사태로 몸살을 앓으면서 다시 사람들은 이마트로 몰리게 되었고 홈에버는 정상 영업에도 불구하고 고객 수가 적어졌다. 비단 이 동네의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이랜드 사측과 노조, 양측 모두 상생과 공존에 실패하는 바람에 어느 한 쪽의 승자도 없는 패자만의 게임 속으로 빠져들어버리고 말았다.


한동안 잠잠하나 싶더니 역시나 현대차 노조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번 파업을 무기로 봉기했다. 동서남북의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이지만 이제 더 이상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말그대로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 막 들려오는 뉴스가 새롭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고 협상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두둑히 부른 배처럼 될대로 되라는 식의 두둑한 배짱을 부리던 현대차 노조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가장 배불른 노조라는 비아냥을 받는 현대차 노조. 이런 비아냥과 더불어 최근 노조에 대한 사람들의 달라진 시각 또한 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것이 자의든 타의든 무작정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다시 한번 사측과 협상을 시도하는 현대차 노조의 자세는 참 다행스럽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급진적 노조들의 격렬한 시위와 파업으로 유명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물론 아직까지 성숙되지 못한 우리나라 재계 또한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상생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미루고 평화적인 협상 자세를 취하고, 돈성으로 욕을 먹던 이마트 사측이 비정규직 직원 몇 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시킨 듯이 패자가 없는 양측 모두 승자만이 존재하는 유쾌한 게임을 즐겨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림픽에서 메달 갯수로 국가 순위를 매기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얼마 전 방콕에서 있었던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는 종합 메달 순위 5위를 기록해 신문 여기저기에서 이를 자축하는 기사를 내보내곤 했었다. 협소한 국토와 4천 만 인구라는 그리 크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다니, 물론 대단한 일이고 자부할 일일만도 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승전보가 그만큼 자부할만한 것이고 대단한 일인 것일까.

엘리트 체육. 우리나라의 스포츠를 대표할 수 있는 말이다. 군부 독재 정권 시절, 국가에서는 각종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운동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이 때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의 상징으로 지어진 곳이 태릉선수촌이었고, 우리나라의 스포츠란 대부분 이 태릉선수촌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어떻게 하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키울 것인지, 우리나라의 위상을 얼만큼 높일 것인지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돌풍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했던 사실에 자극을 받고 박정희 대통령이 축구계 인사들에게 직접 북한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축구대표팀을 만들라고 명령을 했던 일화는 국가주도적인 엘리트체육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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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들과 오랜만에 축구를 하러 뒷산 인조잔디 축구장에 갔는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아줌마 축구단. 짙은 화장과 걸쭉한 수다 등 여느 아줌마와 다를바 없는 아줌마들이었지만 트레이닝 복을 입고 헤어밴드를 하고 축구화를 묶어 신고 공을 차는 영낙없는 축구팀이었다. 요즘들어 아무리 축구 열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줌마들까지 축구를 하러 나오실 줄이야. 더 놀라웠던 것은 아줌마들의 녹익은 축구 솜씨.

과거 별볼일 없었던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려했던 것이었다면 이제 엘리트체육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낡은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체육이다. 아줌마들이 푸른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것처럼 국민들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더이상 국제대회의 성적은 선진국의 척도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있다는 북유럽. 그들은 각종 대회에 목숨 걸지도 않을 뿐더러 각종 스포츠 순위에서 그들 국가를 찾기 또한 힘들다. 하지만 지하철이건 버스건 자전거를 어깨에 매고 다닐 정도로 많은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아직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생활체육 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웰빙 등에 관한 관심이 높이지면서 생활체육을 위한 시설이나 공원 등이 확충되어지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야심차게 '반값 골프장'을 밀고 있다.
아줌마들이 축구를 하면서 더운 날씨에 이들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짜증도 잠시 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생활체육이 움트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새로운 기쁨, 그리고 유니버시아드 대회 5위에 못지 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구제영 2007.08.25 02:19 # modify/delete reply

    지금 처음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뭘로 순위 매겨?
    아님 순위를 안매기는거?

    • IOC에서 공식적으로 집계 안할껄
      우리나라에서만 순위에 집착한다고 들은것 같던데
      다른나라에선 메달색깔 따지지 않고 다 똑같이 인정해준다고도 하고..

  • 2010.10.26 17:33 #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