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네 조국은 개를 잡아먹지.
하지만 집구석에서 쥐를 잡아먹는 스카우스(리버풀)놈들이 더 최악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부르는 박지성 응원가입니다. 일명 '개고기송'으로 불리는 이 곡은 수많은 맨유의 응원가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응원가로 꼽히고 있죠. 박지성이 경기장에 뛰고 있으면 올드트래포트의 맨유팬들은 'park'으로 힘차게 시작하는 이 응원가를 합창합니다. 올시즌 첫 골을 넣었던 아스날 전에서도 팬들은 어김없이 이 응원가를 불렀죠. 이 응원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응원가 가사입니다만, 그렇다고 그렇게 발끈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사실 영국인들, 말이 '신사의 나라'일 뿐이지 축구에 있어서는 신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광적인 집착과 승부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축구는 거의 본능적 욕구에 가깝죠. 매너나 격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공을 차고 어깨로 밀고 태클을 하고, 경기장을 찾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상대팀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습니다. 영국 훌리건이야 워낙 유명하니까요. 특히 라이벌 팀에 대한 야유와 욕설은 엄청납니다. 우리로 치면 쌍두문자 정도는 예삿일에 속하죠. 그만큼 축구 응원가, 아니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문화 자체가 상당히 원색적입니다. 배려니 존중이니 하는 건 절대 찾아볼 수 없죠. 평소에는 신사의 나라답게 예의를 갖추고 격식을 따지더라도, 축구장에서만큼은 마음껏 자기를 발산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룰인 셈입니다. 박지성의 '개고기송'도 그런 맥락에서 불려지는 것이지요. 이런 그들에게 타민족에 대한 문화적 상대성 인정? 타문화 존중? 따위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찾는 격이죠.

단순히 '개고기송'의 주요 테마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명백한 오보에 불과합니다. 맨유와 리버풀은 아주 오래된 라이벌 팀이죠. 누가 진정한 '붉은 장미'인지를 가리는 두 팀의 더비전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한 주목을 받습니다. 덕분에 맨체스터와 머지사이드 사람들은 서로를 철천지 원수로 여깁니다. 팬들도 서로를 원색적이로 비난하는 응원가들을 많이 부릅니다. 박지성의 '개고기송'도 맨유 팬들이 리버풀 팬들을 기죽이기 위해 부르는 노래일 뿐입니다. 물론 개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썩 좋게 불려지는 것이 아니지만, 맨유 팬들이 타겟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은 박지성과 우리가 아닌 머지사이드 사람들이죠. 예로부터 머지사이드는 '못사는' 동네에 속했습니다. 주민들 대부분이 가난한 노동자들이었고 도둑이 많기로도 유명했죠. 맨유 팬들은 이를 빗대어 리버풀 사람들이 쥐를 잡아먹는다고 놀리는 거죠. 가난한 지역민들에게 쥐를 잡아먹는다고 놀리다니요. 우리나라에서 만약 팬들이 이런 내용의 응원가를 만들어 불렀다면 큰 논란이 되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국인들이었기에 또 축구장에서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죠.

물론 주요 목적은 상대팀을 놀리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우리의 개고기를 비꼰 것은 찝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그 찝찝함 때문에 괘씸한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냥 '무식한 놈들'이라거나 '싸가지 없는 녀석들'이라고 한 번 씹어주면 될 것을 맨유 서포터즈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등 이야기들은 좀 오버가 아닐까요? 무슨 외교 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개고기송'이 불려졌으면 모를까, '개고기송'이 불려지는 곳은 원래부터 축구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영국인들이 고함을 질러대는 축구장입니다. 이런 그들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고요? 그게 더 우습지 않을까요. 우리도 영국 녀석들에게 "먹을 것이라고는 'fish and chips'밖에 모르는 야만인들"이라고 욕 한 번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단순한 서포터즈의 응원가 하나에 목숨을 걸면서 나라의 위상이 떨어진다느니 유난을 떠는 것이야말로 문화적 사대주의에 찌든 사고가 아닐까요. 남들이 우리더러 개고기를 먹는다느니 야만적이라느니 떠들어도 그냥 무시해주면 됩니다. 자기네들은 얼마나 대단한 문화를 갖고 있길래 그러느냐며 콧방귀 한 번 껴주면 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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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고기, 맛있는 영양식품입니다.
    절대, 위축될 것도, 창피할 것도, 숨길 것도 없습니다.
    문화적 상대성의 근간은 각 문화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mark 2010.02.03 01:08 # modify/delete reply

    그런 얘기가 있었군요. 유럽의 축구에 대한 열광은 지나칠 정도라는 것은 알지만... 요즘 우리나라 해외파 펄펄 날아서 기부닝 아주 좋습니다. 허정무 감독도 아주 든든한가 보더라구요. 그문이 제일 기분 좋겠지요.

    • 저도 요즘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 이들이 한꺼번에 뭉치는 월드컵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 저도 동감이에요~ 응원가 하나에 열낼 필요 없다고 봐요.

    사실 저는 개고기를 먹어본 적 없지만
    남이 뭐 먹는 것까지 걸고 넘어져서 자기 잘난 척에 쓰려는
    서양인들이 우리 식생활보다 더 저급해요.
    대표적인 프랑스 여배우가 있잖아요. 아으. 혐오스러워요.

    근데 저 응원가는 좀 다른 차원인 것 같군요.
    아무래도 박지성을 자신들의 선수로 끼워주는 역설적인 수긍인 것 같아서
    영국 축구팬들의 심술궂은 사랑법이랄까, 뭐... 그런 게 오히려 흥미로운데요.ㅎㅎ

    • 심술궂은 사랑법, 공감가네요.
      짖궂기도 하면서 동양선수를 자기편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뉘앙스가 함축된 표현인거 같아요.

  • 발끈할필요 0%죠 당연히 !!!

    처음에 훌리건이라는 단어를 들을떄부터 이해가갔어요!
    거기다가 내용도 그렇게 나쁜게 아니에요.

    영화 "8mile" 에서도 B.래빗과 파파닥의 결선에서 파파닥이 자신을 까지 못하도록 자신의 단점을 자신이 몽땅 말한 후에 파파닥을 까는 그런 가사의 랩을 했어요.

    이것만 봐도 그냥 "너희는 쥐잡아먹는다~" 이것보단 자신의 결점을 말하고 남들을 까므로써, 남이 자신을 놀리지 못하게끔하는거...... 정석아닌가요?

    • 저도 8마일 그 부분 좋았어요.
      그렇게도 상대를 공격할 수 있구나 처음 알았지요ㅋㅋ

  • 풀칠아비 2010.02.03 13:39 # modify/delete reply

    저도 그냥 무시하는 쪽이 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부스카 2010.02.03 17:15 신고 # modify/delete reply

    먹는 것으로 따지고 들면 그네들이 더 야만적인 것으로 결론나지 않았었나요?
    예전 프랑스 노여배우가 자기네 식문화도 제대로 파악 안 하고 우리나라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 비판하다가 말입니다.

    • 영국이야 피쉬앤칩스 같은 단조로운 요리 문화로 유명하죠.
      물고기 잡아서 감자랑 같이 튀겨먹는...
      우리나라처럼 다양하고 맛깔나는 식문화도 없을 듯 합니다.

  • 938호 2010.02.03 20:30 신고 # modify/delete reply

    아니 저거 정말 응원가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영국놈들 거칠지만 왠지 매력적이기도 하구요 ㅋ

  • 탐진강 2010.02.03 21:44 신고 # modify/delete reply

    응원가가 독창적이군요^^;

  • 문화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 평화의 첫 걸음이 아닐까합니다,

  • 그래도... 2010.02.19 21:05 # modify/delete reply

    기분이 찝찝해요 ㅠㅠ"네 조국은 개를 잡아먹지, 하지만 쥐를 잡아먹는 스카우스 놈들이 더최악이지" 라고 하는데..... 더 최악이라고 말하는건,, 어쨋든 우리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것 = 불결하고 안좋은것... 이라는 인식도 있는것 같아요 ㅠ... 근데 외국에 알려지는 한국의 개고기문화는 정말 제가봐도 정떨어지고 더럽더라구요,,, 성남 모란시장에 있는 개고기 집이 해외 언론에 탄적있는데... 그냥 길거리에 거대한 솥 하나에 개를 집어넣고,,또 다른 개를 때리고, 피가 철철흘러 하수구 구멍에 들어가는,,, 그런 상황까지 싹 보도되었었어요........ 저는 개고기 먹는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일단 먼저 개고기를 고급화? 하는것 부터 했으면 좋겠어요 ㅠ....

  • 호롤로 2010.03.01 13:10 # modify/delete reply

    몇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극도로 과민반응을 하는 건 바로 피해의식, 열등감 때문이죠.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과거에 어떤 분과 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확대해석의 문제까지도 매우 심각하더라고요. 설령 이 것은 영국의 한 부분일 뿐인데 이 응원가가 인종차별이라는 자체의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영국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라는 식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역설적으로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도 발생하더군요 ㅎㅎ 무섭습니다.

  • PunKi 2010.03.12 08:00 # modify/delete reply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분명 경기장 내에서는 Park 을 응원하는 주제곡이 될 수 있고,
    마지막부분의 리버풀 비하발언으로 수습을 하는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동영상에 떠돌듯 ,
    생각을 거르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어린아이들에게
    한국에대한 좋지 못한 생각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노심초사..

  • 부리갈기 2010.03.22 21:43 # modify/delete reply

    좋은 글이네요....
    최근 회피 연아에 대한 두가지 반응 즉 유인촌 장관의 칼 빼어 모기 잡기식 반응과
    앙드레 김의 "저도 그 동영상(연아가 앙드레 김을 회피하는 동영상을 가리킴) 재미있게 봤습니다."라는 대인배적 반응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자존감의 우열을 비교하게끔 한 사건이 떠오르네요...

  • 그래도 2010.06.30 18:12 # modify/delete reply

    왜 우리 지성이가 그딴 노래 들어야하나....
    어떤 의도던간에.... 첨에 저 노래 듣었을땐 박지성군도 좀 놀랐을뜻..ㅜㅜ 가사보니까 진짜 싫다........

  • sdf 2010.08.01 10:37 # modify/delete reply

    한민족-개고기민족이된건
    그누구도 아닌 우리스스로가 만든것입니다
    남탓하지 맙시다

  • 김재욱 2011.04.13 10:29 # modify/delete reply

    개인적으로 개고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문화로서 개고기 먹는 것은 돼지고기, 쇠고기 먹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고기송은 그냥 즐길 거리 정도로 여기면 되겠죠.

  • 골드세븐 2011.04.13 11:01 # modify/delete reply

    아하 .. 개고기 송이란게 저거 였군요 ;;;

  • blue 2011.05.29 13:13 # modify/delete reply

    개고기 먹는건 문화의 상대성이므로 괜찮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문화의 상대성"이라는건 어떤 문화를 연구하는 방법중의 하나의 고려할 요소일뿐입니다..문화의 상대성이라는 다른문화를 연구할때 고려해야할 연구방법을 가지고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생각은 너무나 틀린생각입니다..문화를 연구하는데 고려해야할 하나의 요소일뿐이라는겁니다... 실제로 개고기를 먹고 안먹고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인류문화의 보편성"이라는 모든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놓고 판단을 해야 하는 겁니다..고로 현재에 와서 우리나라,일본,동남아 몇개나라를 빼고 인류문화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없습니다...먹을것이 없던가난한 평민이나 노예들이야 옛날에는 먹을수밖에 없던 음식이었지만 먹을것이 넘쳐나는 현재에까지 먹는다는건 부끄러워해야할 중국에서 배운 식습관입니다..과학적으로도 많은 연구에서도 다른 고기에 비해 좋은점이 없다고 나오고 개고기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아 치매,발기부전,비만,동맥경화,뇌졸증,뇌출혈,심근경색등을 일으키는등 몸에 않좋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 특히 남성분들은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므로 자제를 하시길.. 이미 술에 삼겹살로 우리몸의 혈관들은 막혀가고 있습니다..거기다 개고기까지먹어 혈관을 더욱 빨리 막을 필요는 없지요.. 지방도 먹어야 한다고 떠드는분들있던데..채소에도 지방은 조금씩들어있습니다..굳이 고기를 안먹어도 지방은 자연스럽게 섭취가 가능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땅콩, 아몬드등도 식물성기름으로 건강에 아주 좋죠..

  • blue 2011.05.29 13:23 # modify/delete reply

    또한 동의보감에서 좋다고 써있더라 라고 인용하면서..몸에좋다...라고 떠드는분들 많던데....동의보감이 쓰여질때는 배고파 굶어 죽는 사람이 넘쳐날때 쓰여진 책으로 그시대 상황에서 안좋은게 뭐가 있을까요?? 그럼 소고기는 그당시 왕족이나 양반들이 먹던 "단고기"라고 고기에서 단맛이 난다고 해서 불려지며 일부 상류층에서 먹던 음식으로 개고기보다 좋은 점이 더 많이 나열된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그당시에 하루에 서울에서 소가 100마리가 넘게 도살되어 식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더군요...평민들이야 농사짓는데 꼭 필요한 짐승이니 소를 먹는다는건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었겠지만요..ㅠㅠ 돼지고기또한 마찬가지죠..ㅠㅠ ...그리고 그당시 어떠한 과학적 연구방법도 없었던 점을 고려해 현재에 와서 많은 연구결과 다른고기에 비해 좋은점이 없다고 나오는데...굳이 개고기좋다고 떠는분들보면..ㅠㅠ ..대부분 나이드신분들이거나 시골출신들이거나 도시분이더라도 부모님들이 시골에서 즐겨하던 음식이라 자식들도 배워서 그런분들이 대부분이죠...동의보감 좋은 책입니다...하지만 책안의 모든글이 맞다라고 하는건 큰 잘못이라 생각합니다..연구해서 정말 맞는지 틀린지를 검증하고 발전시켜 건강을 위해 바른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게 옳바른 생각이 아닐까요?

    • "문화에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라고 단언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문화라는 걸 볼 때는 특수성과 보편성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이렇게 각 사회의 문화를 해석 비교하는 '문화인류학' 자체 또한 보편적인 어떤 것이기보다는 근대 이후 서구로부터 시작된 하나의 단과 학문에 불과한 것이긴 하지만요.

      개고기 문화를 "인류문화의 보편성"만으로 판단하자고요? 바로 그게 제가 가장 싫어하는 논리입니다. 단적인 예로 말씀처럼 보편성만 따진다면 우리는 '김치'도 먹지 말아야 되겠죠. 전 세계 수많은 민족, 국가들 중에 김치를 먹는 나라는 우리들밖에 없으니 말이죠. 그만큼 문화에 있어서 보편성만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랍니다.

      두 번째로 하층민들이 먹던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이었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말자라는 말은.... 이것 또한 한숨이 나오는 의견이군요. 개고기가 몸에 좋니 나쁘니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백보 양보해서 몸에 좋지 않다고 칩시다(할 말은 많지만 정말 뭐든 걸 양보해서 말입니다). 그럼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합니까? 몸에 좋지 않은 음식 먹기 싫으면 혼자 '채식'하시고 '금연'하시고 마음대로 하세요. 누가 뭐라 합니까. 대신 채식을 하시든 금연을 하시든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마세요, 제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먹고 싶어서 먹겠다는데 참 눈물나게 고마운 잔소리군요.

  • apdoen 2011.05.29 21:25 # modify/delete reply

    뭐 저는 박지성한테 관심도 없고 우리나라가 욕먹든 안먹든 나는 그냥 이 나라에서 썩고 죽을게 뻔하니까
    상관은 없는데 문화의 상대성은 존중해줘야죠
    뭐 동양인은 언제나 차별받으니 뭐ㅋ 어짜피 수준은 뭐 ㅋ 저희가 비웃어 줄 정도죠 우리가 쿨하게 이해해줘야죠
    저 나이 되서도 뭐 저런 노래나 부르고 있고 ㅋㅋ 가사는 괜찮은데 음정이 불안정하더군요 ㅋ
    제대로 지으시길


영화 "동승"에는 큰 스님과 동자승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나온다.

큰 스님: 도념아, 저 소나무 밑의 바위가 네 마음 속에 있느냐 마음 밖에 있느냐?
동자 스님: 예, 마음 밖에 있습니다.
큰 스님: 이 녀석 봐라, 거짓말을 하네.

다음 날,
큰 스님: 도념아, 저 소나무 밑의 바위가 네 마음 속에 있느냐 마음 밖에 있느냐?
동자 스님: 예, 마음 속에 있습니다.
큰 스님: 이 녀석 봐라, 거짓말을 하네.

데이비드 흄은 말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 오로지 안다고 믿을 뿐이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이 과연 객관적인 지식인지 아니면 흄이 말한 것처럼 믿음일 뿐이지는 철학사에서도 오랜 세월 계속된 논쟁이었다. 우리가 평소 진실이라고 혹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진짜로 진실인지, 위의 동자승처럼 바위가 정말 마음 속에 있는지 마음 바깥에 있는지 가려내는 일은 참 어려운 문제다. 인간 이성을 통해 무엇이든 알 수 있다던 대륙의 합리주의도 무너진지 오래이고, 서구의 가톨릭이나 동양의 유교처럼 절대적이었던 신념이나 가치도 해체된지 오래다. 대신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믿음이 정말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들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이 옳다는 전제 아래 삶을 살아가며, 혹은 이를 기준으로 삼아 서로 남을 비방한다. 정답이란 건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을 통해 이러한 우리의 단면을 희화화한다. 아니, 조롱한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일 테다. 은행털이 조직에 가담했던 '오렌지'는 본래 경찰이었다. 소탕 작전을 위해 은행털이범으로 위장 잠입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끝무렵이 다가오면서 조직에 가담했던 나머지 인물들은 그를 경찰로 의심한다. 여러 가지 정황상 그가 스파이 노릇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직원 중 '화이트'는 끝까지 '오렌지'가 스파이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 확신에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오렌지'에 대한 연민 혹은 '오렌지'가 총에 맞고 자신에게 의지하던 모습 때문이었다. 결국 조직원들끼리 '오렌지'를 죽일 것이냐 살려둘 것이냐를 두고 싸우다가 서로 총을 발사하고, 즉사를 면한 '오렌지'와 그를 지켜줬던 '화이트'는 함께 손을 잡고 죽어간다. 그런데 그 때, '오렌지'의 한 마디. "I am a cop" 그리고 이어지는 '화이트'의 절규.

관객들은 영화의 처음부터 '오렌지'가 경찰이란 사실을 알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오렌지'가 경찰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몰랐던 것은 오로지 '화이트'뿐이었다. '오렌지'의 진실된 말들, 괜찮은 인간성에 의해 바보가 된 것도 오로지 '화이트'뿐이었다. '화이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절망스러운 결말이었을 것이다. '오렌지'는 절대 경찰이 아니라는 자신의 확신에 목숨까지 걸었건만 결국 그 확실했던 믿음이 자기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던가.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어리석은 '화이트'를 비웃었겠지만, 동시에 관객 자신들 또한 이런 '화이트'의 절망으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감독 타란티노의 메시지다. 절대적인 대상은 없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도 사실 믿는 것일 뿐일 수 있다. 우리가 확신하는 대상도 사실은 그와 다를 수 있다. 그저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기준으로 세상 모든 것을 재단하는 우리도 언제 '화이트'처럼 큰 허망함을 겪어야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이 영화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이다. 지금은 명장의 반열에 오른 그이지만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타란티노는 평범한 비디오 가게 종업원이었다. 그는 '관객'의 눈으로 수많은 영화를 섭렵하면서 틈틈이 자신만의 첫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타란티노는 이 시나리오를 토대로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시나리오가 당시 유명 연기파 배우였던 하비 케이틀('화이트'역)에게 우연히 읽혀졌고, 하비 케이틀이 이 시나리오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아낌없는 지원을 하게 되었고, 본인이 직접 출연도 하게 되었다. 하비 케이틀이 제작 지원을 하자 동료 연기파 배우들도 삼삼오오 타란티노의 시나리오에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질 뻔했던 타란티노의 첫 작품 '저수지의 개들'은 공식 개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개성 넘치는 연출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게 되었다. 물론 천재적인 데뷔작으로 인해 타란티노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이야 시간을 거스르고 시간의 순서를 뒤바꾸는 시나리오 전개는 TV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기법이 되어버렸지만, '저수지의 개들'이 개봉할 90년대만 하더라도 상당히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저수지의 개들'은 은행털이범들의 영화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은행을 터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메인 시점은 은행을 털고 난 후의 시간이며 은행털이 갱이 조직되는 과거의 이야기가 산별적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시간은 하루 전으로, 한 시간 전으로, 한 달 전으로 제 마음대로 바뀌어버린다. 그제 어제 오늘로 이어지는 일원화된 나란한 시간 전개는 없다. 마치 이 영화를 다 본 관객이 기억의 단편들을 모아 영화를 되새이는 것 같다. 영화의 진행은 자동차 수동 기어의 움직임처럼 이쪽으로 들어갔다 저쪽으로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타란티노의 천재적인 기어 변속 덕분에 극의 흐름은 산만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물론이다. 덕분에 다른 갱스터 영화처럼 시끄러운 총격전이 펼쳐지거나 긴박한 추격전이 시작되지 않아도 영화는 내내 관객을 빨아들인다.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잔인하다. 은행털이범 중 한 명인 '블론드'가 사로잡은 경찰을 고문하는 장면은 잔인함의 극치를 달린다. 생으로 귀를 자르고, 산 채로 불태워 죽이려는 '블론드'는 오히려 만신창이가 된 경찰 앞에서 환호성을 지른다.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귀가 잘려나가는 것마냥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다. 신기하게도 고문 장면에서 관객들은 하나 같이 고문을 당하는 자의 편에 선다. 이런 관객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아는 이 영화는 '블론드'란 인물이 되어 관객을 계속 괴롭힌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킬빌'이나 '바스터스:거친 녀석들'에서는 주인공이 '나쁜 놈'에게 갚아주는 잔인한 행각에 어떤 관객들은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타란티노의 작품들처럼 '유혈이 낭자하다'란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도 없다. 영화에 따라 그 순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피가 튀고 살이 뜯겨져 나간다. 잔인하다. 하지만 잔인함을 보여줌으로써 동시에 우리가 잔인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되묻는 것 같다. 어떤 때는 고통으로, 어떤 때는 쾌감으로, 어떤 때는 아름다움의 극치로, 우리에게 제각각 다르게 다가오는 그 잔인함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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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 i D i 2010.01.23 02:15 신고 # modify/delete reply

    저는 화이트와 비슷할 것 같네요. 한번 믿으면 쭉~옳다고 믿는 단순함...ㅎ

  • 저 영화감독, 킬빌 만드신 분 맞나요?
    제가 영화를 잘 안봐서요 ㅋㅋㅋ
    다음에 이 영화 찾아보고,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처음들어보는 작품이지만
    왠지 줄거리만 읽었는데도 재밌을것같아요>ㅁ<!!!


    부제는 <화이트 바보만들기 대작전>인가요?ㅋㅋㅋ

  • 불탄 2010.01.23 10:58 신고 # modify/delete reply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느낌은 갖게 되었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 한 면만 적어본거라..
      뭐니뭐니해도 직접 보시고 느끼시는게 최고죠!

  • 렉시벨 2010.01.23 11:22 신고 # modify/delete reply

    영화찾아돌아다니다보면 많이보게되는영화~~ 저수지의개들~
    전아직도못봤어요 ㅋㅋㅋㅋ 시간날때한번봐야겠네요~~^^

  • 티런 2010.01.23 12:06 신고 # modify/delete reply

    타란티노의 저수지의개들.
    참 재밌게 본기억이나네요^^
    기회가된다면 다시 보고싶습니다.ㅎㅎ

    • 저도 가끔 본 영화 다시 보는 게 취미인데
      다시 보더라도 꽤 재밌더라구요ㅎㅎ

  • 쥬늬 2010.01.23 13:22 신고 # modify/delete reply

    맨 마지막에 잔인하다는 글이 영화를 볼까말까 갈등을 생기게 하는군요.
    잔인한영화는 왠지 보기가 싫습니다. 하루종일 찝찝함이 밀려온다는.
    저는 그냥 지후님의 글로 만족할렵니다.

  • 제목이 낯은 익은데 처음 보는 사진이군요.. 잔인한 영화인가보군요..
    저주지가 주는 의미가 더럽고,, 뭐 그렇잖아요.
    영화 역시 그런 분위기...
    주말 잘 보내세요

    • '저수지의 개들'이란 제목은 영화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어요ㅎㅎ
      잘 기억은 안나지만 타란티노 감독이 데뷔하기 전,
      어떤 것에 영감을 받아 뭐든 첫 영화에 저 제목을 쓰기로 해서
      영화의 제목이 '저수지의 개들'이 되었다고 합니다.

  • G_Gatsby 2010.01.23 17:59 신고 # modify/delete reply

    제목에 끌려서 한번..
    보고 난뒤의 충격에 끌려서 또 한번..
    지나간 영화가 보고 싶어서 또 한번...
    쉽지 않지만, 뇌리에서 잘 잊혀지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또 오랜만에 좋은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듬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 부스카 2010.01.23 18:05 신고 # modify/delete reply

    오래 전 글이지만 트랙백 하나 남겼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

  • pennpenn 2010.01.23 18:24 신고 # modify/delete reply

    위 스님과 동자의 선문답이 인상적입니다.
    한번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 센텔 2010.01.24 09:48 신고 # modify/delete reply

    오옷. 재미있겠군요 ㅇ_ㅇ!
    전에 포스트하셨던 아마존의 눈물도 구해놨답니다 <
    이것도 어디서 구해서 봐야겠어요 ㅋㄱ

    • 센텔님이시라면 아마 재밌어하실 듯 합니다.
      한 번 봐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 탐진강 2010.01.24 12:44 신고 # modify/delete reply

    제겐 좀 어려운 영화군요.
    좋은 한주되세요

  • 탄란티노 감독의 명성과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본 영화가 없네요.
    <펄프픽션>을 보았지만 참 이해하기 어렵고 정신이 어지럽던 기억이 납니다^^;;

  • 우리가 아는것은 없다....안다고 믿는것 뿐이다.....=> 요거 메모 했습니다..^^
    너무 좋네요...^^

    행복한 한주 보내세요^^

  • Slimer 2010.01.25 20:58 신고 # modify/delete reply

    어렸을 적에 많이 들어보았던 영화지만 아직 본적은 없네요.
    영화 매니아였던 형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작품 같은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 Reignman 2010.01.26 18:10 신고 # modify/delete reply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은 모두 보긴 했지만 저수지의 개들은 워낙 본지가 오래돼서 좀 가물가물해졌네요.
    귀 자르는 장면밖에 생각이 안나요. ㅎㅎ
    하지만 영화가 주는 강렬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타란티노 갠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워낙 하드하고 괴짜스러워서 ㅎㅎ
    저는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작품이 오래되었지만 기억에 남네요..

  • 디킨스 2010.02.15 02:10 # modify/delete reply

    어제 이 영화를 보게되었습니다.
    바스터즈보고 이사람의 데뷔작은 어떨까 해서 말이죠.
    지금이야 시나리오 전개가 그냥 그렇다만.. 저 시대때에
    저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참 놀라만 햇을듯합니다.ㅋ
    지금봐도 긴박감 넘치는 영화.ㅎ
    리뷰 잘 읽고갑니다.

    • 지금봐도 바스터즈 같은 건 워낙 독특하죠ㅎㅎ
      펄프픽션도 한 번 보시길,
      타란티노 작품세계가 잘 드러나있는 영화랍니다.

  • 어멍 2010.03.16 20:14 # modify/delete reply

    재밌게 잘 봣습니다.
    거칠은 세계엔 어울리지 않는 화이트의 믿음, 블론드의 잔인함(이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듯), 오렌지의 긴장과 압박감(그런 경찰, 그 압박과 임무를 초지일관 수행하려는 경찰이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거의 이중간첩 비슷하게 타락하지 않을까 싶네요)

    예산은 정말 적게 든 듯, 출연료 빼고는 한국의 19금 비급영화보다 좀 더 든 듯 하네요.

    • 아마 출연료도 얼마 안 들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배우들이 순전히 작품만 보고 출연에 응했다고 들었거든요. 당시 초짜였던 타란티노에게 많은 제작비가 떨어졌을 리도 없고..

다음달부터 군대의 고기 반찬이 줄어든다고 한다. 돼지갈비는 1년에 13번에서 9번, 오리고기는 12번에서 9번, 닭고기 순살은 하루 20g에서 15g으로 각각 횟수와 양이 줄어든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류 가격은 15%나 상승한 반면 올해 군대 급식 예산은 고작 4% 정도만 늘어났다고 한다. 때문에 군 장병들의 식탁에 고기 반찬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고기 대신 오징어나 굴, 버섯, 파프리카 등을 배식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맛있는 고기 반찬에 환호하던 장병들이 지을 실망스러운 표정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고기 가격이 올라서 사병들에게 고기 반찬을 줄 수가 없다니, 처음에는 무슨 북한 관련 뉴스인 줄 알았다. 북한 같이 못 사는 나라가 아니고서야 돈이 없어서 사병들 급식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말이 되는 상황인가? 겉으로는 '강한 군대'를 표방하면서, 한편으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병들의 먹거리를 줄이려는 현 정권이다.


우리나라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약 3% 정도로 일본, 중국, 영국보다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정부지출 분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국방예산이기도 하다. 해마다 막대한 돈을 국방비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이 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사병들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올해 예산이 깎이자 당장 사병들의 고기 반찬부터 거두어들였고, 작년에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얼마 되지도 않는 사병 월급부터 동결시켰다(참고로 장교들의 월급은 동결되지 않았다). 또 이전 정권이 선진 병영문화 수립을 위해 늘린 사병들에 대한 군 복지 예산 또한 대폭 삭감시켜버렸다. 덕분에 사병들은 보일러 한 번 마음 편히 못 틀어보고 올 겨울을 버티게 되었다. 불행이도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이렇게 사병들이 추위에 벌벌 떨 동안 군 수뇌부와 장교들은 두둑한 월급은 물론 퇴임 후 연금까지 받아가면서 호위호식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복지단체 중 군인공제회 만큼 큰 손을 가진 단체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나 군은 사병들에 대한 지원을 굉장히 아깝게 여긴다. 아무리 군 복무가 의무라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월급이나 열악한 복무 환경은 그 의무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마저 지급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에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요즘 지어지는 정부나 지자체 건물들을 보라. 마치 첨단 IT기업의 연구소에 와있는 것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들 일색이다. 나라가 돈이 없다는 것은 순전히 옛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병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의무라는 명분으로 젊은이들을 징병하고 긴 시간 복무하도록 강제하면서 국가나 군이 이들에게 해주는 것은 거의 없다. 말이 좋아 국방 의무이지, 국가가 20대 청년들을 상대로 하는 '착취'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와 군 수뇌부가 군필자들을 상대로 마치 군 복무를 보상해주는 것 같이 생색을 내는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군 가산점 제도'이다.

군가산점제란 제도에서 국가가 군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상해주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가산점'이란 어감을 이용해서 마치 국가가 군필자들에게 일종의 보너스(+α)를 제공해주는 듯이 눈속임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보상'은 반드시 주는 이와 받는 이를 필요로 한다. 보상을 받는 사람은 그만큼 (+)를 얻지만 반대급부로 보상을 해주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 된다. 군가산점제라는 보상제도는 마치 국가가 (-)를 감수하고 군필자들에게 (+)를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군필자들이 보상 받을 (+)를 만들어주는 것은 군필자를 제외한 여성, 군면제자, 미필자들의 (-)이다. 군가산점제로 정부가 군이 감안해야 할 비용은 제로다. 단지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군필자들에게 가산점만을 부여해 채점을 매기는 것 뿐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공무원 채용의 기회를 잃는 것은 여성들이나 면제자들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아챙기는 것처럼 국가의 군가산점제 시행으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이들이다. 국가가 군가산점제의 비용을 치르는 것이 절대 아니란 이야기다. 군가산점제에서 국가나 군이 군필자들에게 해주는 보상은 없다. 생색 뿐이다.

이를 남녀 성별 대결로, 혹은 군필자와 면제자 간의 형평성 문제로 호도하여 군대 보상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과 면제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국가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줬나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당장 사병들의 고기 반찬부터 줄이는 게 이 나라 군 수뇌부이다. 2년이란 긴 복무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푼돈 몇 푼 쥐어주는 게 그들이고, 그 몇 푼 안 되는월급마저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제일 먼저 깎아버리는 게 바로 그들이다. 이런 군 수뇌부, 국가의 잘못을 왜 여성들과 미필자, 면제자들이 부담해야 하냐는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단지 의무란 명목만으로 언제까지 아무런 보상도 대가도 없이 이 나라 젊은이들을 부려먹어도 된단 말인가. 당연한 것을 단순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정당당하게 따지고 되물을 줄 알아야 한다. 군가산점제로 군필자들과 여성단체들이 아옹다옹 싸우는 모습, 어쩌면 군 수뇌부가 바라던 그림일 수도 있다.


  • ^^

    어젠가 저도 이 뉴스를 접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고맙고 미안하기만한 군인들한테, 고기 배식까지 줄이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느 머리에서 나온건지...
    정말 너무한다 싶더라구요.;;

    도대체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참 답이 없다 싶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pennpenn 2010.01.14 17:14 신고 # modify/delete reply

    남성들의 군 복무기간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이루어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머 걍 2010.01.14 20:32 신고 # modify/delete reply

    위 간부들 반찬은 안줄이겠죠?

  • 가슴이 아픈 정도네요.
    슬데없이 예산 낭비 펑펑하면서 정작 건강해야할 국인들에게 고기 반찬을 줄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드네요. 도대체 국가를 의하는 것인지 개인저긴 배를 채우겠다는 것인지...정말 양심에 털이 난 것 같습니다.

    • 그러게나 말입니다. 맛있는 거 더 얹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고기 반찬을 빼앗다니요.

  • Deborah 2010.01.14 21:37 신고 # modify/delete reply

    저도 이야기는 들었는데요. 미국에서는 그런 혜택이 있어요. 국가의 부름을 받아서 현역으로 갈 경우에는 다니는 직장에선 강제로 해고 할 수도 없고, 군대를 나온 사람에게는 공무원직의 혜댁이 따라갑니다. 한국은 미국의 그런 실정을 따라하려고 하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군요. 문제가 다분히 있군요. ㅡ.ㅡ

    • 미국을 보면 참 선진국답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전쟁 때 찾지 못한 유해를 발굴하겠다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애쓰는 모습을 볼 때면,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나 싶죠. 우리가 우리 장병들 먹을거리 하나 챙겨주지 못하면서 감히 선진국이다 강대국들 반열에 올랐다 뭐다 떠드는 게 참 우스워집니다.

  • ageratum 2010.01.15 08:26 신고 # modify/delete reply

    고기반찬을 늘려줘도 모자를 마당에 줄이다니.. 참..
    사기라는게 정말 사소한것에서 영향을 받는건데 말이죠..
    암튼 군가산점 제도는 계속 말이 많을거 같네요..
    남자이긴 하나 이게 되는게 맞는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공무원 준비를 안해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 제가 쓴 내용도 제 의견에 불과하니까요,
      군가산점제 문제는 계속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부스카 2010.01.15 09:42 신고 # modify/delete reply

    고기 반찬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 이슈화가 되자 국방부에서 해명글이라고 내놨는데
    뭐 채소와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라는는 둥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해명이라고 했던데
    고기 반찬 속의 고기가 웃을 일이네요.

  • Slimer 2010.01.15 10:03 신고 # modify/delete reply

    명바기가 군대에서 빤쓰를 도둑맞아 봤겠어요, 그렇다고 김치볶음에 고기만 찾아먹다 식판으로 대가리를 찍혀 봤겠어요...

  • 트레브 2010.01.15 10:06 신고 # modify/delete reply

    모든 예산이 줄어든건가요?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배정도 줄어 들었다고 하는 것 같은데... 모든 예산은 4대강은 가나요?

    • 4대강 예산을 확보하다보니 복지 쪽 예산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기초수급자나 등록금 지원, 장애인 지원 등 대부분 복지 예산이 깎여버렸죠.

  • ㅋㅋ..제목보고..확장된 실제반영도가 화악~ 느껴지네요~
    완전 제로섬 게임인거군요~ 으으

  • 완전히 불쌍한군인들...ㅜㅜ
    맛있는고기반찬도못먹고....
    월급으로 PX가서 냉동식품이라도 사먹어야겟지요

  • leedam 2010.01.15 12:01 신고 # modify/delete reply

    뜨거운 맛을 봐야 고기가 나오겠군요

  • 감성PD 2010.01.15 18:33 신고 # modify/delete reply

    허허....먹어도 먹어도 배 고픈 시기에;;;
    고기반찬이 줄다니.....

  • 간부잘들어라 2010.01.17 22:58 # modify/delete reply

    간부월급은 안줄이고 일반병사 고기줄이냐 아 드른나라네 일은 밑에놈이하고 전쟁하면 밑에놈이 더죽을텐데 사병들 안불쌍하냐?

  • 종이술사 2010.01.18 22:01 # modify/delete reply

    생색내기 정책ㅋㅋ
    우리나라가 젤로 잘하는거죠

  • 어멍 2010.01.23 01:11 신고 # modify/delete reply

    60~70년대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군 간부들이 양식도 빼돌려 사병들이 배를 곯았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곡괭이 자루로 맞기까지...가끔 보면 군대에서 크게 맞아서 지금도 허리가 안좋다느니 하는 어르신들이 몇몇 있습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고 인간의 탐욕, 자본의 생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상병 만기제대한 노무현 대통령은 군에서 썩는다는 표현으로 설화를 격기도 하였지만 사병 처우개선에 관심을 두셨지요. 반면에 군 미필인 이명박 대통령은 병역이 신성하고 자랑스런 의무라면서도 야박하기 그지없지요. 웃긴 일입니다.

    군가산점제에 대한 +,- 이론은 참고할 만하네요. 쉽지는 않겠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네요. 개인적으론 아직 뭐가 옳은지 정리가 안 되고 판단이 안섭니다.

    여성, 군미필자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는 말아야겠죠. 그러면서도 뭔가 군필자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대안이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게 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구체적 대안은 무엇인지 궁굼하군요.

    • 군필자에 대한 인센티브...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만, 일단 사병들 월급부터 상식 수준으로 올려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나라 육군은 너무 비대화되어있습니다. 기형적인 육해공 비율이라고 들었고요.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죠. 군 수뇌부는 전부 육사출신장교들인데, 그들이 쉽게 자기네들 밥그릇 내놓을리가 없으니까요. 육군 규모 줄이고 그만큼 줄어든 장교들에 대한 봉급 사병들에게 지급해도 사병들의 월급 엄청 오를겁니다 아마.

  • 말장난 2010.02.02 21:35 # modify/delete reply

    군대 가는사람들은 좋아서 2년간 노동 제공해주는거 아닌데 말입니다.
    얼마 하지도 않는 고기반찬(말이 고기지 저기서 주는 고기가 제대로된 고기나 나온답니까)도 못먹는건가요.
    최소한 월급은 주어져야한다고 보는데.. 이건 정말 아닌것 같습니다.
    이건 국가의 이름을 댄 노동 착취일 뿐이지. 나라에 대한 의무라고 보지 않습니다.

  • 세렌디퍼 2010.03.25 00:16 # modify/delete reply

    군 간부봉급 5년째 동결이고, 올해역시 봉급 동결입니다. 그리고 군 간부 식당의 경우는 간부들이 따로 식대를 내고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이와 관련한 국고보조 예산 없습니다) 간부식당 반찬과 사병 반찬얘기하는 것은 전혀 맞지가 않는다고 생각되네요. 고기반찬이 줄은 것은 밝혀진 것이지만, 이 외에 부가적인 복지(병영생활관, 기타 문화시설 등)등은 전반적인 차원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쓰기전에 제대로 알아보고 쓰셨으면 좋겠네요.

    • 제가 언제 간부식당 반찬과 사병 반찬을 비교한 적 있나요?
      간부들은 직업 군인들인데 식대를 내고 식당을 이용하는 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또 군대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고도 이야기한 적도 없고요.
      단지 예산이 줄었다고 장병들 고기 반찬부터 줄이는 군 수뇌부의 치졸한 마인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뿐인데, 대체 무엇이 그리 불만이신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전 세계 배낭 여행자들에게 가장 있기 있는 가이드북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17개 언어로 발행되며, 여행 분야에서 손꼽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론리 플래닛이 새해들어 가장 가고 싶지 않은 도시를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 공교롭게도 서울이 최악의 도시 톱3에 선정되었다. 그 자세한 선정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소식은 서울시에게도 전해졌고, 서울시는 평가가 잘못되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울시는 지난 수 년간 시의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터였다. 최근 어딜 가나 볼 수 있던 문구가 'Hi, Seoul'이었지 않았는가.(그나마 'Hi, Seoul'이란 표현도 잘못된 영어 표현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었다. 원래 제대로된 영어식 표현은 'Seoul, Hi'이어야 한단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 살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서울이 왜 최악의 도시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론리 플래닛의 짧은 설명은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형편없이 반복적으로 뻗은 도로들과 소련식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들, 그곳은 심각한 환경오염 속에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다. 숨막힐 정도로 특징이 없는 이곳이 사람들을 알코올 중독자로 몰아가고 있다."

아쉽게도 대부분 맞는 말이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삭막한 아파트들, 더러운 공기와 물, 이외에는 어떠한 특색도 찾아볼 수 없는 무색무취의 도시 서울이다. 서울시가 서울이란 브랜드를 알리는데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정작 그 브랜드 안의 내용은 별로 볼 게 없는데 말이다.


600년 도읍지를 자랑하는 서울, 그 중심을 흐르던 청계천에는 조선시대 만들어진 많은 교량과 수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상당한 가치를 갖고 있던 유적들이었다. 실제로 청계천 공사가 시작될 무렵, 학계나 언론들을 중심으로 청계천의 옛 교량, 수로, 수문 등의 문화재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의 임기 시절, 하루 빨리 복개 공사를 완공해 시민들에게 청계천을 보여주고 싶었던 서울시는 이런 유적들에 대한 조사와 보존 작업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않았다. 때문에 광통교나 오간수문의 석재 유적들이 아무렇게나 잘려나가고 버려졌다. 또 이 때 발굴되었던 많은 석재 유물들이 옮기기 좋게 잘려서 지금 서울의 한 하수종말처리장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건 더 아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겠지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문화재 훼손 혐의로 학계와 시민단체들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청계천은 생태 복원에도 실패했다. 사실 청계천 복개 사업은 애초부터 친환경적이지 못했다. 콘크리트와 도로로 덮여있던 청계천을 말 그대로 '복개'만 했을 뿐이다. 뚜껑만 열어재낀 것이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여러 가지 장식물들을 설치한 덕분에 외관상으로는 단정해 보일지 몰라도 정작 청계천을 흐르는 물은 지금 이 시간에도 썩어가고 있다. 청계천 수질 비용 관리에만 매년 100억에 가까운 비용이 들고 있다. 청계'천'으로 불릴 것이 아니라 청계'수로'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지금의 청계천은 땅과 숨 쉬는 자연 하천이라기보다는 콘크리트로 쳐발라 만든 인공수로에 가깝다. 하천변도 흙과 수풀보다는 꽉 막혀있는 돌벽과 콘크리트 계단으로 되어있다. 대외적으로는 친환경 복원이라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흙이나 자연생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위적인 광경은 삭막하기까지 하다. 대체 어디가 친환경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청계천은 문화재 복원에도 생태 복원에도 실패했다. 도심 속 소중한 공간이 썩은 물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행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 체코 프라하. 뭐니뭐니해도 프라하의 명물은 '카를교'이다. 카를교에는 하루에도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카를교를 찾을까? 물론 오랜 역사나 오래된 건축물로서의 아름다움도 매력이겠지만, 사실 실제로 카를교에 가보면 별거 없다. 너무 오래된 탓에 거뭇거뭇하고 생긴 것도 다른 다리들에 비해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도 유명한 다리다. 역시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하지만 크게 아름답거나 하진 않다. 철근으로 만들어진 아치 모양은 서울의 한강대교와 다르지 않다. 아니, 진짜 똑같이 생겼다. 실제로는 그 자체로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카를교와 세체니 다리. 근데 왜 그곳에 사람이 몰리는 걸까? 답은 하나다.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유명하게 만든 걸까? 바로 프라하 사람들과 부다페스트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거다. 자신들의 역사적인 건축물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애정을 가진 덕분이다.


그런데 왜, 서울시는 카를교나 세체니 다리 같은 명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청계천의 광교나 광통교, 수표교 등등 유서 깊은 문화재들은 마음대로 깨부수고 내다버리면서 말이다. 어디 청계천만 망쳐놓았나, 인사동도 피맛골도 곧 불도저로 깔아뭉갤 판이다. 서울시가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콘크리트 고층 빌딩을 지으려고 말이다. 서울시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 서울이란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정작 그 브랜드를 이루어가고 있는 속 내용은 텅 비어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 따로 없다. 파리에는 상젤리제 거리, 뉴욕의 브로드웨이,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도시들은 저마다의 확실한 상징물을 갖고 있지만 서울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게 막대한 비용 들여서 해외 방송에 광고 내고 브랜드 가치 높인 덕분에 결국 듣는 소리가 '특징도 영혼도 없는 도시'다. 더 이상 '론리 플래닛'의 조사가 잘못되었다느니 별로 영향력 없는 곳이었느니 하는 핑계만 늘어놓아선 안 된다. 왜 그런 망신을 당해야 했는지 진지하게 되새여봐야 한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계속 했던 말이지만 서울시에게는 어떠한 철학도 고민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일회적으로 벌어지는, 상업주의에 찌든 이벤트들 뿐이다. 역사도 없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만 한 소중한 자산들은 뒷전으로 한 채 매번 요상한 일에만 힘을 쏟고 있다. 일관성도 없다. 언제는 녹색 도시였다가 또 갑자기 디자인 도시란다. 모토고 뭐고 뒤죽박죽 제멋대로 섞여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무런 특색도 없는 회색의 도시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고, 해외로부터 최악의 도시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서울이란 도시, 얼마나 재밌고 이야기가 많은 곳인가. 이렇게 오래된 역사와 유적을 갖고 있는 도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야경을 가진 도시가,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도시가, 이렇게 늦은 밤까지 술과 유흥을 즐길 줄 아는 도시가, 이렇게 네온사인이 화려한 도시가, 이렇게 멋있고 예쁜 젊은이들이 돌아다니는 도시가, 이렇게 치안과 질서가 좋은 도시가, 이렇게 역동적인 도시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서울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멋과 맛을 따지자면 정말 끝이 없다. 이런 서울을 알리고 가꿔나가는 건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바로 우리다. 우리가 진정으로 서울만의 멋과 역사를 즐기고 아낄 줄 알아야 한다.

  • 불탄 2010.01.07 01:13 신고 # modify/delete reply

    역시나 요즘 말로는 개념이 있다는 표현, 우리 때 말로는 의식이 있는 포스트였습니다.
    느낀 점도 많고요.
    소중한 의견이 곳곳에 담겨있는 포스트, 아주 유익하게 잘 보았습니다.
    아울러, 다음뷰로 매일 지후아타네호님의 글을 구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고, 너무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또 구독까지 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포스트에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내용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럴 땐 냉정한 댓글도 달아주셔요.
      전 그런 걸 더 좋아합니다ㅎㅎ

  •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어도..부인할수 없는 적나라한 사실을 말씀주셨네요..
    회색톤의 도입사진이..모든것을 대변하는 느낌이네요..ㅠㅠ

  • 티런 2010.01.07 10:46 신고 # modify/delete reply

    저도 뉴스를 들었는데 우리의현실,매체에대해 평가절하하는모습.
    모두 씁쓸해지더군요.

  • 글이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서울시는 오래된 것을 낡은것으로만 알고..
    그저 새것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봅니다...
    주체적이기 보다는 흉내내기 바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청계천다리 버려진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 leedam 2010.01.07 12:33 신고 # modify/delete reply

    예전거도 보전을 해야하는데요 무조건 부셔버리고 다시 세우니 참 그러네요

  • ^^

    좋은 글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언지 잊고, 우리 고유의 멋과 색은 다 빼버린 채,
    국적 불명의 건물과 조형물들로 그저 겉포장만 그럴 듯해 보이게 해놓고선, 국가 브랜드가 어떠니, 도시 브랜드가 어떠니....
    웃기는 말이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청계천 다리들이 저렇게 버려져 방치되고 있는 건...
    저도 처음 알았는데요.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깊이 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지후아타네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저도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리들을 방치해두고 있는 건지...

      잡학소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공감공감.... 제가 일년에 2번정도 방문할때마다..너무나 달라진 모습이 화들짝 놀란다니까요... 새로운 것도 좋지만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ageratum 2010.01.08 00:35 신고 # modify/delete reply

    아파트나 뭐 그런건 되돌리기엔 늦었다고 쳐도..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나온 소중한 문화재를 저렇게 썩히고 있다는 사실엔 정말 화가날 수 밖에 없네요..
    이 사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언론들도 문제고 말이죠..
    하긴.. 지금 언론이.. 참..;;

  • 머 걍 2010.01.08 20:53 신고 # modify/delete reply

    10년 넘게 하루에도 몇번씩 청계천을 건너다녔었는데.....
    문화와 전통은 오래되었다는 것 자체가 가치있는 것인데
    새것이 좋다는 마인드를 마구 적용해 버렸으니 깝깝할 노릇입니다.
    우리것이 좋은 것인데...

    • 무슨 일을 할 때는 좀 고민좀 해보고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말이죠.

  • 센텔 2010.01.08 22:39 신고 # modify/delete reply

    서울이라는 도시가 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품고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만, 그 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이렇게나 못살리고 또 그 많던 유적을 그렇게나 지키지 못한 도시가 또 있을까 싶어요.
    확실히 이렇게 질서를 이렇게 지키는 도시가, 젊은이들이 갈 길을 잃은 채 밤새 술과 유흥으로 시간을 보내는 도시가, 주체성 없이 역동적으로 쫒기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또 있을지. 슬픕니다.

    • 그런 유서 깊은 서울을,
      왜 두바이 운운하며 이상한 도시로 만들려고 하는지...

  • 2010.01.10 13:37 #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론리 플래닛의 평가 어느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반응이 의외로더군요. 사실을 인정하고
    전통미를 살리는 쪽으로 나아가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용산이나 4대강 개발 등에 독자적인 행보없이
    너무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듯해 안타갑습니다.

    •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오세훈 시장에겐 MB가 정치행보에 있어 하나의 모델이 되었으니까요.

  • dku9292 2010.07.30 13:38 # modify/delete reply

    지금봐도 상당히 공감가는 군요. 하지만 마음도 영혼도 없다는 말은 조금 심한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관리하는 사람들(정부,건설업 관계자 등)만의 잘못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 노원구에 살아봐서 아는 건데요. 길거리에 쓰레기가 상당히 보이더군요. 도쿄의 경우는 쓰레기가 길거리에 버려져있는 모습을 거의 못 본것 같은데요... 그리고 서울에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괘 보이더군요. 물론 서울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바껴야 겠지만, 우리도 시민의식을 지니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일지도...

  • dku9292 2010.07.30 18:55 # modify/delete reply

    어쩌면 서울을 야누스의 두 얼굴로 비유하면 적절할지도 모릅니다.

    • 과연 무슨 생각으로 도시 계획을 하는 건지,
      제 눈에는 어떠한 기준이나 철학도 보이지 않는 것 같거든요.
      단지 그런 의미에서 특징도 영혼도 없다는 평가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더군요.

  • dku9292 2010.08.11 17:17 # modify/delete reply

    물론 그렇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건 비단 관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도 조금이지만 책임은 있다고 봅니다. 전, 서울 시민 중에서 시민의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혹시 나 몰라라 하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지는 않았습니까? 자전거를 위험한 곳에서 타지는 않았습니까? 신호를 무시하지는 않았습니까?" 라고요. 이 외에도 더 있지만, 더 이상은 못 말하겠어요... ㅈㅅ
    그리고 추억의 장소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식객 26권을 보셨나요? 거기에서 서울의 제개발로 인해서 단골 식당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설마 서울 초딩들이 다른나라 초딩들에게 세계최악의 도시에 살고 있다고 왕따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죠? ㅇ_ㅇ

  • dku9292 2010.08.11 17:25 # modify/delete reply

    자꾸 나대서 죄송한데요... 전 제가 정말로 서울에 사는게 행복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의 추억도 많은 곳이지만, 세계최악의 도시 3위로 뽑히니까 더욱 혼한스럽네요... 전 제 자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내가 정말로 여기서 사는게 행복할까?" 아니면, "과연 이 곳에서의 나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제가 지금 느껴본건데요... 세계최악의 도시 리스트가 세계의 살아있는 지옥 리스트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 dku9292 2010.08.11 20:39 # modify/delete reply

    생각못했던 오타가 나있었네요... '혼한스럽네요'의 '한'을 '란'으로 바꾸겠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올해 미디어 부문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었더군요. 
다른 블로그에 비해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웃분들이 많은 것도 아닌데 운이 좋았나봅니다. 더 열심히 포스팅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좋은 건 집으로 직접 발송해주는 티스토리의 선물들이네요.

또 우수 블로그에 선정된 다른 블로거분들, 축하드립니다. 
모두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기분 좋게 새해 맞이하시길 바래요.
  • 저 달력이랑 우수블로그랑 바꾸실래요 .. ㅠ.ㅠ

    달력 받으시겠내요..

    • 아..ㅎㅎ
      그래도 다이어리보다는 달력이 마음에 드네요.
      전 다이어리 있어봤자 좀처럼 쓰질 않아서ㅠ

  • 우왕~ 축하드려요.. 우수블로그~


    이제 걸음마 떼는 저로서는 너무너무 부럽~ ㅜㅜ
    ㅋㅋ 뭣보다 선물이 젤 부럽네욤..ㅋㅋ

    올해 마지막날인데 모하시나욤...
    마무리 잘 하시공 2010년 행복가득한 한해 되세욤..

  • 너돌양 2010.01.02 23:01 신고 # modify/delete reply

    아 우수블로그로 선정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 만신창이 2010.01.03 07:23 # modify/delete reply

    우와 축하한다!!

    새해 복 많이 받고~!

  • 센텔 2010.01.03 19:07 신고 # modify/delete reply

    와!! 축하드려요!! /ㅂ/

  • sseoz 2010.01.29 00:56 # modify/delete reply

    열심히 한 보람(?)이라고 해도 되나??
    누가 시킨게 아니다 보니 ㅋㅋㅋ

    늦었지만 축하한다. ㅋㅋㅋ~~
    그리고 권xx는 글에서도 냄새가 나는 듯한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