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못하는 사람들(흔히 말하는 '김여사'를 포함하여)의 큰 착각은 자신이 운전이 미숙하기 때문에 욕먹는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 미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욕먹는 진짜 이유는 알아야 할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건 운전 실력보다는 운전 매너에 가깝다. 예를 들면 상황에 맞는 방향표시등이나 수신호,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한 보편적인 주행 매너, 상호 간의 적절한 배려 운전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런 매너나 예의는 모른다고 해서 용서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매너란 늘 숙지하면서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속주행을 한다고 욕먹는 게 아니다. 저속주행을 할 때는 양보운전을 해야 한다는 매너를 모르기 때문에 욕먹는 거다.
국회법 개정안 논의는 의미있는 토론거리다. 메르스나 '민생법안(이 용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보다 더 중요한 논의가 되었어야 했다.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것은 한 사회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시스템에 관한 문제이고, 그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큼 더 중요한 쟁점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한 방으로 종식되고 말 논의가 아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이번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논리보다는 감정을 실은 권리 행사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개정안 논의는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파워게임 정도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짧막하게나마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지만 사실 행정입법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는 그 방법에 따라 위헌이다 아니다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계의 견해도 갈리고 있고 실제로 각 국가마다 의회가 행정입법을 통제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라는 거다. 따라서 이번 논의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왜 개정안이 필요하단 말이 나오고 그것에는 어떤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고 그 고민만으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 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는가?"
다산 시문집에 나오는 말. 술에 있어서는 다산 선생과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역시 진정한 술맛은 입을 추기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입술에 적셔진 술의 향을 입맛 다시듯 혀로 쓸어 맛보는 그 때의 느낌이 참 기가 막히다. 그건 언제나 좋다.
유승준은 그 과정이 시끄럽게 알려졌을 뿐이다. 그와 똑같은 차순을 밟았던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같은 연예계를 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국내에 영주하는 연예인은 많다. 주로 해외 시민권을 취득한 교포 2세 혹은 유학생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로다. 국적이 없더라도 대부분 한국인 배우자를 두거나 직장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영주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국적만 없을 뿐이지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도 내고 온갖 권리와 의무를 영위한다. 이렇게 한국에 살면서도 굳이 외국 시민권자가 되려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질이 좋지 않은 건 후천적으로 해외 시민권을 획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한 자들이다. 사실 교포 2세, 3세들에게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모국이란 의미를 출신 국가로 정의하는 건 좀 후진적인 분류법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모국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병역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주어졌던 게 아니란 얘기다. 그들에게 병역이란 의무가 아니라 선택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에서 태어나고 상주하면서도 병역 이행을 포기함으로써 국적이 상실된 후천적 해외 시민권자들은 경우가 다르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해외 시민권을 빌린 셈이다. 전형적인 탈법행위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는 미지근하다. 유승준에게는 온갖 욕짓거리를 쏟아내면서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병역에서 탈출한 타블로나 이현도에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엄하디 엄한 대중임에도. 물론 연예계만 그런 건 아니다. 사회 전반이 그렇다. 그래서 더 문제다. 원정출산이든 유학이든 병역 기피성 국적상실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 문제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뭐랄까, 일부를 위한 편법 경로를 은밀하게 남겨두고 있는 셈이랄까.
눈치보기식으로 동원되는 경찰력도 문제지만, 대규모 집회 때마다 그 시류에 편승하려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더 큰 문제다. 어느 쪽에서든 극단주의는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어쩌면 어버이연합 같은 어용단체보다 더 혐오스러운 게 이들일지도 모른다. 어버이연합은 기득권을 좀먹는 자들이지만, 이들은 나와 비슷한 신념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둘러쳐진 경찰 차벽을 견딜 수 없었다면 그 차벽을 때려부술 게 아니라 그 차벽을 뻘줌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평온하고 의식 있는 집단지성으로 거대한 경찰버스와 방패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집회를 과격하게 이끈다고 얻어지는 건 없다. 시민과 경찰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경찰의 폭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경찰 차벽 하나 뚫어내는 걸로 아나키즘적인 사회 전복이라도 시도하는 게 아닌 이상 최대한 상식적인 수준에서 유추해보자면, 일부에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것 말고는 없다. 집회를 갖는 건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갈등 자체가 목적인 집회는 있을 수 없다. 그건 그냥 배설적인 집단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배설은 유족들에게나 사회 전반으로나 전혀 이로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