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그 과정이 시끄럽게 알려졌을 뿐이다. 그와 똑같은 차순을 밟았던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같은 연예계를 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국내에 영주하는 연예인은 많다. 주로 해외 시민권을 취득한 교포 2세 혹은 유학생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로다. 국적이 없더라도 대부분 한국인 배우자를 두거나 직장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영주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국적만 없을 뿐이지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도 내고 온갖 권리와 의무를 영위한다. 이렇게 한국에 살면서도 굳이 외국 시민권자가 되려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질이 좋지 않은 건 후천적으로 해외 시민권을 획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한 자들이다. 사실 교포 2세, 3세들에게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모국이란 의미를 출신 국가로 정의하는 건 좀 후진적인 분류법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모국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병역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주어졌던 게 아니란 얘기다. 그들에게 병역이란 의무가 아니라 선택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에서 태어나고 상주하면서도 병역 이행을 포기함으로써 국적이 상실된 후천적 해외 시민권자들은 경우가 다르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해외 시민권을 빌린 셈이다. 전형적인 탈법행위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는 미지근하다. 유승준에게는 온갖 욕짓거리를 쏟아내면서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병역에서 탈출한 타블로나 이현도에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엄하디 엄한 대중임에도. 물론 연예계만 그런 건 아니다. 사회 전반이 그렇다. 그래서 더 문제다. 원정출산이든 유학이든 병역 기피성 국적상실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 문제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뭐랄까, 일부를 위한 편법 경로를 은밀하게 남겨두고 있는 셈이랄까.

마릴린 먼로의 코카콜라 광고(사진은 영미판). 내가 본 건 '마릴린 먼로와 키스하다'라는 카피가 적혀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50년 혹은 30년이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죽어서까지도 광고 이미지로 소비되는 유명인들의 팔자(죽은 사람에게도 팔자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도 참으로 기구한 듯.

눈치보기식으로 동원되는 경찰력도 문제지만, 대규모 집회 때마다 그 시류에 편승하려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더 큰 문제다. 어느 쪽에서든 극단주의는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어쩌면 어버이연합 같은 어용단체보다 더 혐오스러운 게 이들일지도 모른다. 어버이연합은 기득권을 좀먹는 자들이지만, 이들은 나와 비슷한 신념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둘러쳐진 경찰 차벽을 견딜 수 없었다면 그 차벽을 때려부술 게 아니라 그 차벽을 뻘줌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평온하고 의식 있는 집단지성으로 거대한 경찰버스와 방패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집회를 과격하게 이끈다고 얻어지는 건 없다. 시민과 경찰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경찰의 폭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경찰 차벽 하나 뚫어내는 걸로 아나키즘적인 사회 전복이라도 시도하는 게 아닌 이상 최대한 상식적인 수준에서 유추해보자면, 일부에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것 말고는 없다. 집회를 갖는 건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갈등 자체가 목적인 집회는 있을 수 없다. 그건 그냥 배설적인 집단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배설은 유족들에게나 사회 전반으로나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작년 이맘때 즈음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며 청와대로 가려는 길을 경찰이 막아서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유가족들이 내키는 대로 대통령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제지당한 곳은 삼청동이나 효자동이 아니라 팽목항 근처의 도로변에서였다. 아무리 경찰이라도 서울로부터 수백 킬로미터가 떨어진 진도에서부터 그들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 설령 내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헛소리를 하더라도 청와대 입구에서 저지 당할 수는 있을망정 경찰들이 우리집 대문을 막고 서있을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매매에 순기능 같은 건 없다. 성매매가 일부 남성들(장애인이나 여타 여성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건 터무니없는 핑계일 뿐이다. 성욕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당위를 가진 무엇이 아니다. 그건 성적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성중심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성매매 없이도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가는 모태솔로남들도 많다. 인간이 포유류 특유의 공격성이나 야성적 본능을 갖고 있다고 해서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듯이, 성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매매나 성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거다. 성매매는 필요악이 아니다. 그냥 악일 뿐.